우승컵을 받은 박인비가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메이저 단일 대회 3연패를 의미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인비는 대회 직전 담 증세로 고생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56홀 노보기 플레이로 우승했다. [사진 골프파일]
박인비가 메이저 단일 대회 3연패라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박인비와 김세영은 챔피언조에서 매치플레이 같은 경기를 했다. 2타 차 1,2위로 출발한 박인비와 김세영은 2번홀(파4)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으며 장군·멍군을 기록했다.
김세영이 3,4번홀 연속 보기로 한 때 4타 차까지 승부가 벌어졌지만 다시 5,6번홀 연속 버디로 타수는 출발 때와 같은 ‘2’가 됐다. 김세영이 7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1m에 붙이자 박인비는 1.5m 버디로 응수하는 등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김세영은 8번홀(파4)에서 10m 가까이 되는 긴 퍼팅을 성공시키며 박인비를 1타 차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9번홀(파5)에서 박인비가 버디를 넣자 4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했다.
김세영은 12번홀(파5)에서 1타를 줄이면서 다시 타수 차를 ‘3’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다음 홀인 13번홀(파4)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깊은 러프로 보내는 실수로 보기가 나오면서 추격전이 불발됐다. 마지막 날 특유의 장타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8번홀까지는 박인비보다 상승세였으나 기회 홀인 파 5 9번홀에서 1m 거리의 3퍼트가 치명적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담이 걸려 대회 첫날 경기력에 영향을 받았던 박인비는 마지막 날 등쪽에 다시 통증이 왔다고 한다. 그래도 특유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최종일 18홀을 포함, 연속 56홀 노보기 플레이로 메이저 여왕에 등극했다. 19언더파는 청야니(대만), 크리스티 커(미국)가 가지고 있는 이 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과 타이 기록이다.
시즌 3승째를 메이저 대회에서 수확한 박인비는 5개월 여만에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내줬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故 페티 버그(미국),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메이저 단일 대회를 3연패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메이저 6승 째를 거두면서 박세리(5승)의 기록도 넘어서 한국인 최다 메이저 승수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나조차도 믿어지지 않는 흥분되는 일”이라고 상기된 우승 소감을 밝혔다.
대회 해설을 위해 현지를 찾은 안니카 소렌스탐은 "각기 다른 코스에서 단일 메이저 대회 3연패를 한 박인비의 우승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2013년 로커스트힐, 2014년 먼로골프장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 해 시즌 첫 메이저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피레이션) 우승자 렉시 톰슨(미국)은 마지막 날 7타를 줄이며 12언더파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에게 9타 차인 5언더파로 출발한 톰슨은 7번홀부터 10번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13번홀까지 8타를 줄이며 3파전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후 버디 추가에 실패했고 16번홀(파3)에서 첫 보기가 나오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무서운 10대 소녀 브룩 핸더슨(캐나다)은 10언더파 공동 5위로 돌풍을 계속 이어갔다. LPGA 통산 41승(메이저 10승)을 기록한 백전노장 캐리 웹(호주)은 9언더파 공동 7위다. 12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김효주는 8언더파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