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은 지난해 미국무대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후 한국에 와서 많은 준비를 했던 게 LPGA 투어 적응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박준석 사진기자]
수퍼루키 김세영(미래에셋)이 지난해 실패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적응의 보약이 됐다고 한다.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우승한 뒤 지난 11일 잠시 귀국한 김세영은 J골프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청으로 몇 번 출전했는데 성적이 처참했고 그 이후로 한국에 와서 많은 준비를 했던 게 LPGA 투어의 적응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그 환경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쇼트게임 훈련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2013년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경쟁을 하며 공동 3위를 차지했던 김세영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지난해 초라한 미국무대 성적표를 받았다. 2013년 다승왕까지 차지하며 경쟁력을 드러냈던 김세영이었지만 기아 클래식과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컷 탈락했고, 나비스코 챔피언십 공동 61위, US여자오픈 공동 46위, 하나외환 챔피언십 공동 42위에 그쳤다. 김세영은 “미국의 환경과 잔디에 애를 먹었고, 스윙 교정으로 마음에 드는 스윙을 하지 못했고 오락가락 하다 보니 성적인 신통치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 충격의 컷 탈락도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김세영은 “준비를 많이 해서 미국무대를 조금 쉽게 생각한 측면이 있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절박함이 없었던 것 같다. 개막전 이후 마음을 비우고 다음 대회에 집중했던 게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국내에서 잘 되지 않았던 어프로치 샷 등이 잘돼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사실 김세영은 LPGA 투어를 겨냥하면서 쇼트 게임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미국에는 다양한 쇼트 게임 기술이 요구되는 코스가 많다보니 여러가지 상황을 설정해 어프로치 샷 연습 등을 많이 하면서 투어를 준비한 게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LPGA 투어 첫 승도 역전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은 김세영은 우승 후의 체감 온도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는 “주위의 반응이 정말 달랐다. 한국에서 우승했을 때는 ‘우승 축하해’ 이 정도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우승을 하니 ‘니가 드디어 해냈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라며 짜릿한 쾌감을 표현했다.
루키 시즌에 최소 1승은 하고 싶다던 김세영은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그래서 목표를 상향 조정한 그는 “앞으로 2승을 더해서 올 시즌 3승은 하고 있다.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세계 정복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것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신인상 욕심은 크게 내지 않았다. 그는 “한 두 명이면 경쟁의식이 생기겠는데 잘 치는 루키들이 너무 많다. 내가 해야 할 일만 하자 했던 게 집중이 잘 됐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 것 같다. 신인상 욕심은 크게 나지 않는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달콤한 우승 여운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순대국 등 한국 음식으로 영양 보충을 하며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서서히 시합 모드로 돌아가고 있다. 김세영은 “다시 정리하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찾고 있는 과정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김세영은 22일 태국으로 출국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시즌 세 번째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