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이 새로운 퍼터에 입맞춤을 하며 2015 시즌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최나연 제공]
최나연(SK텔레콤)이 ‘새로운 애인’과 함께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최나연은 올해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30개를 넘었다. 평균 30.19개를 기록한 최나연은 이 부문에서 61위에 머물렀다. 마무리인 퍼트가 좋지 않다 보니 염원했던 우승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최나연은 2년 연속으로 우승컵 없는 빈손으로 한국으로 돌아야 했다.
지난해부터 퍼트가 잘 되지 않았던 최나연은 올해도 3번이나 퍼터를 바꿨지만 마음에 드는 ‘애인’을 찾지 못했다. 퍼터는 성적을 결정하는 클럽으로 선수들이 가장 애지중지해 애인으로 불린다. 퍼터에 입맞춤을 하는 게 다반사고, 끌어안고 자는 선수도 있다.
그동안 마음에 드는 짝을 구하지 못했던 최나연은 지난 11월 미즈노 클래식 때 새 애인을 만났다. 미국에는 없고 일본에만 있는 캘러웨이 오딧세이의 반달형 퍼터는 최나연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다. 시즌이 끝나고 만난 최나연은 “미즈노 클래식을 포함해 6라운드를 새 퍼터로 쳤다. 말렛형과 일자형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되는데 최근 퍼터 중 가장 마음에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쇼트 퍼트는 원하는 스트로크가 나오고 있는데 롱퍼트를 할 때는 아직까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동계훈련 때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완전한 ‘애인’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나연은 가장 성적이 좋았던 2010년에 28.67개의 평균 퍼트를 기록했다. 이 부문 3위에 오를 정도로 퍼트가 빼어났다. 결국 그해에 2승을 챙긴 최나연은 상금왕에 오르며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알렸다. 그때의 감을 다시 되찾기 위해 그립도 변화를 준다. 최나연은 “내년에는 쭉 역그립으로 퍼트를 해볼 계획이다. 퍼터와 그립을 바꾼 뒤 쇼트 퍼트는 확실히 예전보다 좋아졌다”라고 밝혔다.
2년간 우승이 없었지만 수확이 없진 않았다. 그린 적중률이 74%로 좋아졌다. 아이언 샷에 대한 안정감이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마무리 퍼트만 잘한다면 충분히 승수를 추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한 맹훈련도 예고했다. 그는 “파워를 갖춘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해서는 우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에 비해 동기부여나 자극제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안주하진 않겠다”며 끊임없는 채찍질을 약속했다. 단순히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아닌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해 훈련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털어놓았다.
사실 최나연은 요즘 외롭다.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선수들이 서서히 하향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최나연은 “저와 함께 경쟁을 했던 (신)지애도 떠났고, 청야니도 부진에 빠졌다. 수잔 페테르센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부활하는 모습을 반드시 한번은 보여주겠다는 굳은 각오다. 그는 “우승이라는 결과가 나와야 하고, 적어도 상금랭킹 5위 내로 들어야 ‘최나연 죽지 않았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성실한 최나연은 연말 휴가 반납하고 23일 일찌감치 미국으로 들어가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의 마음은 이미 ‘새 애인’의 손을 꼭 잡고 아름다운 초원을 거닐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