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파일)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롱런의 기틀을 잡았다. 지난달 27일 세계 랭킹 1위에 재등극한 박인비는 2일 대만 타이페이 미라마르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푸봉 타이완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와 맞대결을 벌여 우승했다. 박인비는 최종라운드 1언더파 71타로 최종합계 22언더파, 루이스는 20언더파를 쳤다.
골프 실력은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육체적, 정신적 컨디션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박인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인비는 이 대회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각각 8언더파와 10언더파를 쳤다. LPGA 투어 최저타인 27언더파 경신도 기대됐다. 3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치면서 주춤해졌는데 4라운드에서는 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추적추적한 날씨에 드라이버, 아이언, 퍼트 모두 1, 2라운드 같지는 않았다.
시작은 괜찮았다. 박인비는 첫 두 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루이스도 두 홀 모두 버디였다. 함께 경기한 세계랭킹 6위 펑샨샨(25·중국)은 박인비와 루이스의 두 홀 연속 쌍버디에 나가 떨어졌다. 박인비와 루이스의 대결로 압축됐다.
청야니(25·대만)가 몰락한 이후 박인비와 루이스는 엎치락 뒤치락 여제 자리를 경쟁하고 있다. 지난 85주 동안 세계랭킹에서 박인비가 60주, 루이스가 25주 동안 1위였다. 세계랭킹 말고는 루이스가 약간 앞선다. 2일 현재 LPGA, 투어 상금랭킹과 올해의 선수, CME 글로브 포인트에서는 루이스가 1위, 박인비가 2위다.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했는데도 이상하게도 두 선수는 최근 이렇다 할 맞대결이 없었다. 청야니가 건재하던 2012년 7월 에비앙 마스터스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것이 사실상 마지막 맞대결인듯 하다. 박인비는 마지막 라운드 22개의 신들린듯한 퍼트로 루이스를 무너뜨리고 우승했다. 루이스는 당시 충격을 받은 듯하다. 이후 "세계랭킹 1위는 박인비가 공을 어떻게 굴리는지(퍼트를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날은 루이스가 퍼트를 더 잘 했다. 루이스는 3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면서 맹렬하게 박인비를 쫓아왔다. 박인비는 8번 홀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면서 보기를 했다. 파 4인 9번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친 4번째 샷도 물에 빠질뻔했다. 홀과의 거리는 15m 정도로 멀었고 그린 공간도 좁았다. 자칫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었다. 박인비는 칩샷을 그대로 넣어 보기로 막았다.
최고 선수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우승할 수 있는 선수다. 타이거 우즈와 안니카 소렌스탐이 그랬다. 16번 홀에서 루이스는 약 10m 버디 퍼트를 집어 넣으면서 다시 한 타 차로 쫓아왔다. 박인비가 다시 위기에 몰린듯 했지만 파 3인 17번홀에서 티샷을 1m에 붙이면서 쐐기를 박았다. 박인비는 시즌 3승을 기록했다.
대회 순위는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1등, 2위 루이스가 2등, 3위 리디아 고(17·뉴질랜드)가 3등을 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