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7일 경기도 고양시 김금복 목사가 운영하는 사랑채에 쌀 300포대, 연탄 3000장, 마스크 5000장과 풀엑스 파워(박찬호 크림) 120개 그리고 떡과 과일을 전달했다. 무엇보다도 더 뜻깊었던 것은 코로나19로 멈춘 위안공연을 어르신들에게 3년 만에 해드렸다는 점이다.
김금복 목사가 운영하는 사랑채에 29년간 전달을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십시일반으로 작은 기적에 참여해준 지인들 덕분이다. 첫 시작은 골프를 하는 지인 골퍼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하자면서 ‘쌀 한 포대의 기적’을 만들어 줬다. 이후 참여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10여 년 전부터는 ‘연탄 한 장의 기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가 생기면서 3년 전부터는 ‘마스크 한 장의 기적’까지 생겨났다. 이 모든 것은 주변 지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서 작으나마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수 강은철, 남궁옥분, 박학기, 박승화(유리상자), 안계범, 장민호, 탤런트 차광수, 이영범, 박미선, 이봉원씨 등이 매년 함께 전달식을 해오고 있으며 어르신들을 위한 위안 공연도 해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가수 박군이 취지가 너무 좋다면서 스케줄을 변경하면서까지 참석하고 있으며 매년 올 것을 약속했다. 박군은 그냥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쌀을 직접 나르고 어르신들께 일일이 풀엑스 파워를 나눠 드리면서 건강하실 것을 부탁하는 따듯함까지 보였다. 이외에도 각각의 나눔을 실천해주시는 수백 명의 지인 분들께 더 감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번 ‘쌀 한 포대의 기적’에서 정말 남다른 감동을 받은 내용이 있다. 보통 쌀 한 포대의 기적에 참여하는 분들은 5만원을 보내온다. 그런데 통장에 1만원을 자선금으로 보내온 분이 있다. 처음엔 잘못 보내왔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 알고 보니 정말 참여하고 싶은데 형편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보내온 것이다. 너무도 감사하고 고맙고 감동스러웠다. 누구에게는 하찮은 반찬값도 안 되는 돈이지만 이분께는 하루 일용할 양식을 포기하고 보냈을 귀한 돈이다. 여기에 쌀 한 포대의 값을 보태 그분의 이름으로 구입했다.
예전에 3만원의 축의금을 내던 시절 아버지께서는 5천원을 보내온 분께 더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돈의 크고 작음보다 그 마음을 우린 간혹 헤아리지 못하고 쉽게 생각할 때가 있다.
평소 붕어빵 1개에 1000원을 붙여 놨던 주인이 어렵게 붕어빵을 사가는 할머니가 오면 슬쩍 3개에 2000원이라고 붙이고 600원에 주는 그 따듯한 배려를 우린 생각하지 못한다. 되레 600원하는데 왜 1000원 받느냐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세상을 지나치게 비틀어 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정치가 미친 영향이 너무도 크다.
10만원 자선금 내고 100만원어치 생색과 피알을 하려는 분은 오지마세요라는 내용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10만원 자선금도 내지 않고 욕하고 지적하는 사람보다는 낫다. 참 많은 사람이 본인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비판과 굴절된 시각으로 일관해 가끔은 용기를 잃게 하기도 한다.
마더 테레사는 “강렬한 사랑은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주기만 할 뿐이다”라고 했다. 그저 판단하지 않고 주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최근 한약방을 하면서 번 돈을 모두 사회 기부한 김장하 선생의 책 제목처럼 ‘줬으면 그만이지’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고 했다. 그래서 돈도 이처럼 주변에 나눠 주고 사회에 꽃이 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분의 철학이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밥을 지을 때 꼭 쌀 한 주먹을 작은 항아리에 넣는 것을 봤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쌀을 모아서 제사 때 쓰거나 옆집에서 쌀을 빌리러 오면 아낌없이 내주었던 것이다. 이를 우린 좀도리하고 했는데 좀도리 쌀독은 다시 꺼내기 어렵도록 주둥이가 아주 좁게 만들어졌다.
2022년 어렵고 힘들고 슬픈 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가슴 따듯해 오는 것은 주변 지인 골퍼를 중심으로 쌀 한 포대로 기적을 만들어준 분들이 있어서다. 요란스럽지 않게 어려우신 분들께 하루의 식사, 하루의 따듯함, 그리고 하루의 건강을 지켜주는 쌀, 연탄, 마스크이길 바라본다.
⚫이종현 시인은…
골프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매혹, 골프라는’ 외에 골프 서적 10여권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