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GA코스 담당자가 타구 사고를 당한 참새를 살펴보고 있다.
올해로 제79회를 맞은 여자 메이저 US여자오픈에서 타구 사고가 났다.
31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의 랭카스터 컨트리클럽(파70 6516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파3 12번 홀에서 발생했다. 오전 7시7분에 티오프한 이시 갑사(독일)가 친 공이 그린에서 쉬고 있던 조그만 새를 덮쳤고, 이름모를 그 새는 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반 2, 3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던 갑사의 이 홀 티샷한 공은 165야드를 날아 그린 왼쪽에 떨어지면서 새를 타격한 뒤 그린 쪽으로 약간 움직였다. 자신의 의도하지 않은 사고를 느낀 때문인지 갑사는 7미터 지점에서 버디를 놓쳤고 파를 적어냈다. 이후 15번 홀에서 다시 보기를 적어내 3오버파로 공동 35위로 마쳤다.
가장 뒤로 181야드까지 길어지는 이 홀은 티잉 구역에서 50피트(15.24미터) 아래 그린을 향해 쏘는 내리막이다. 앞뒤 폭이 20야드에 불과하며 면적은 6,598제곱피트(613㎡)에 그친다. 185평으로 국내 그린의 3분의 1 에도 못미치고 경사는 뒤에서 앞으로 흘러 샷이 짧으면 공이 개울에 빠진다. 지난 2015년 대회에서는 이 홀에서만 더블보기가 31개가 쏟아졌다.
이시 갑사는 3오버파를 쳐서 35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새(Bird)’가 죽어서인지 이날 이 홀의 스코어는 처참했다. 버디는 신지은을 포함해 10개에 불과했고 파는 김세영을 포함해 77개, 보기는 24개에 더블보기 32개, 트리플 보기 이상이 13개로 폭증했다.
10번 홀에서 가장 먼저 출발한 소피아 포포브(독일)만이 8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을 뿐 이글도 하나도 안 나왔다. 하루 종일 버디는 고작 275개에 불과했다. 파는 1629개가 나왔고 보기는 752개, 더블보기는 123개가 쏟아졌다. 그보다 많은 타수도 28개나 된다.
참새의 참사 이후 오전에 이 홀은 세계 여자 골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가 7오버파 ‘셉튜플 보기’를 쳐서 10오버파 80타로 마쳤다. 리디아 고와 고진영도 이 홀에서 공을 물에 빠뜨리는 등 곤란을 겪었다. 새가 타구 사고를 당한 것은 역대 골프 대회 사상 무척 드물다.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CBS방송 관계자의 영상을 사회관계망 엑스(X)에 올린 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패트릭 맥도널드의 투수 랜디 존슨이 투구하다가 날아가는 새를 맞춰 즉사시켰던 일화를 떠올렸다. ‘랜디 존슨이 어딘가에서 웃고 있다’라는 어줍잖은 농담과 함께 말이다.
이번 참사는 인간과 동물의 구분을 떠나 어떤 생명체도 골프장에서의 불의의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교훈을 준다. 갤러리에게 공이 날아가면 ‘뽀올~’ 혹은 ‘포어’라고 외친다. 새에게 ‘볼~’을 외쳤다면 피했을까? 그나저나 남은 3라운드에서 이 홀의 버디는 얼마나 적게 나올지 우려된다. R.I.P 참새.
(X의 관련 영상 주소를 알 권리 차원에서 첨부하나 동물 애호가의 시청 주의를 요합니다. https://twitter.com/i/status/17962006763488462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