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스페셜] 16세 프로 골퍼 이효송, 일본 투어 데뷔전 초읽기

고형승 기자2024.08.14 오전 10:18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JLPGA투어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과 최연소 입회 기록을 세운 이효송

-이시우 코치, “마치 어릴 때 신지애 선수를 보는 듯하다”
-JLPGA, “투어 흥을 북돋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일본 비자 나오는 대로 JLPGA투어 출전…이르면 9월 초 예상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자 이효송이 일본 무대 프로 데뷔전을 앞두고 JTBC골프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효송은 올해 5월에 열린 JLPGA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당시 이효송의 나이는 15세 176일로, 가쓰 미나미가 2014년 KKT컵 반테린 레이디스 오픈에서 15세 293일로 우승하며 세운 기록을 117일 앞당겼다.

또 JLPGA투어 이사회 측은 이효송이 제출한 입회 신청을 7월 23일 날짜로 승인했다. 이로써 이효송(15세 255일)은 기존에 2016년 하타오카 나사가 기록한 최연소 프로 전향 기록(17세 271일)까지 갈아치웠다.


이효송은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주니어 오픈 챔피언십을 참가하고 입국하면서 에이전트 측으로부터 입회 소식을 듣게 됐다”면서 “빨리 승인된 것 같아 놀랐다”고 당시 소감을 밝혔다.

프로 전향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묻자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주위에서는 아직 나이가 어리다 보니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의지가 강했고 그 의견을 존중해줬다. 일찍 프로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면 다른 (또래) 선수들보다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답했다.

일본 투어를 생애 첫 활동 무대로 결정

일본 현지에서 서포터(에이전트) 역할을 하게 된 김애숙 KPS 대표는 “JLPGA투어가 만 15세 선수의 입회 신청을 승인해준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JLPGA 회원이기도 한 김애숙 대표는 이효송의 입회 승인과 관련한 이사회 결정을 앞두고 협회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의 말이다.

“협회에서 ‘김 프로, 과연 15살짜리가 프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해?’라고 물어보길래 ‘나도 그런 경험은 없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대학교를 가는 천재가 더러 있다. 그 꼬맹이가 언니나 오빠들을 제치고 일인자가 될 수도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인정해준다. 그런데 스포츠 분야의 천재는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의 이 기막힌 질문은 이사회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한 번도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 김 대표는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이효송 선수가 우승한 코스는 메이저 대회의 세팅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메이저 세팅에서 어쩌다 한 번 우승하는 게 가능할까?’라고. 신지애 선수나 이예원 선수에게 물어봐도 그 세팅은 어쩌다 한 번 우승할 수 있는 세팅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이사회의 고민도 깊었다. 15살 선수에게 프로 자격을 준다는 것이 협회 입장이 아닌 선수를 위해 옳은 결정인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암 참석이나 미디어 대처, 갤러리와 소통 등이 어린 선수에게 오히려 압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김 대표는 “선수의 의지가 컸다.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청원서를 통해 그 의지를 충분히 밝혔고 JLPGA투어 이사회는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의) 10대 골퍼들이 불타오를 것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는 사건 중의 사건이다”고 설명했다.

김애숙 대표는 전 세계 랭킹 1위 신지애의 에이전트 역할도 하고 있다. 이효송의 입회 소식을 전해 들은 신지애의 첫 반응은 “프로를 선택했다고? 대단한 결심을 했는데”라고 한다.

입회 결정을 내린 JLPGA 측은 “JLPGA 회원으로서 투어의 흥을 북돋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짧은 답변을 보내왔다.


이효송의 입회 결정이 내려지자, 일본 언론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일단 ‘진정한 실력자’가 투어에 등장한다는 기대감과 함께 프로 세계의 복잡함을 이겨낼 수 있을지에 관한 궁금증이었다.

이에 관해 김애숙 대표는 “이제부터 배워야 한다. 언니들(투어에 먼저 온 한국 선수들)도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내가 강조한 부분이었다. 일본 문화, 투어의 규정과 규칙을 가르쳐주고 그것을 허투루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골프의 미래

이효송은 지난해 중학생 신분으로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를 2연패하는 등 국가대표 에이스로 떠 올랐다.

또 서교림, 김민솔과 함께 출전한 2023 월드 아마추어 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주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안성현과 함께 남녀 동반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고 4학년 때 전국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이효송은 영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제대로 레슨을 받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늘 할아버지(이승배 씨)나 고모와 함께 대회장을 다녔고 독학으로 골프 실력을 키워가던 이효송은 지난해 말 고진영의 코치로 잘 알려진 이시우 코치를 만났다.

이 코치는 “지난해 겨울에 원포인트 레슨을 몇 번 하다가 올해부터 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레슨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입을 열었다.

이 코치는 이효송의 첫인상을 잊을 수 없었다. 그의 말이다.

“국가대표 선수라고 하니 나도 기대 반 관심 반으로 레슨을 시작했다. 궁금한 게 무척 많은 선수라 처음엔 단순히 열정이 넘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전까지 특별히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궁금하거나 생각해오던 것을 물어보니 1시간 레슨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이효송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둘이 했다. 프로 골퍼에게 레슨을 받지 않고 거의 혼자 해왔다”면서 “올해 3월부터 코치님에게 배우고 있다. 전문가에게 배운다는 건 정말 다른 느낌이다. 혼자 할 때와 확연히 다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좋다. 내 몸에 맞는 스윙을 찾아가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 이 씨도 이시우 코치에게 “(효송이가) 레슨을 별로 받아본 적이 없으니, 처음부터 다시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레슨을 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코치는 “모든 선수가 다 그러하듯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스윙이 좋아서 골프를 잘하는 선수도 있지만 스윙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골프를 잘하는 선수도 있다”면서 “효송 선수는 처음에 팔 위주로 공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으로 자기 스윙을 만들었지만 오래 골프를 할 수 있는 스윙은 아니었다. 우리는 효율적으로 몸을 쓰는 부분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부분을 잘 받아들인 느낌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어린 시절 신지애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레전드 선수와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어릴 때 신지애를 보면서 정말 기계처럼 흔들림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코치는 “리디아 고와 같이 천부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 선수가 있고 고진영처럼 반복 연습으로 자기 것을 잘 만들어가는 선수가 있다. 이효송 선수는 고진영에 더 가깝다. 이제는 스윙을 효율적으로 바꿔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 효율적으로 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시우 코치는 “나이가 어려서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우려는 전혀 없다”며 “이 선수가 언제까지 즐기면서 롱런할 수 있을지를 지켜볼 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출전 준비 완료!

안정적인 샷을 장착한 이효송의 첫 프로 데뷔 무대는 8월 22일부터 나흘간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국내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 2024’이다. 해외 무대에서 활동 중인 지은희, 안신애, 이민영 등도 출전하는 대회다.

현재 일본 비자 발급 신청을 한 상태인 이효송은 한화 클래식이 끝난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9월부터 JLPGA투어 대회에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일본 투어 첫 대회는 미정이다. 비자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첫 대회가 결정된다.

고향인 마산과 용인을 오가며 샷 점검에 여념 없는 이효송은 “올해 (일본) 투어에 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생각이다”며 “매주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당분간 숙소 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할아버지와 동행 여부는 아직 상의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효송은 “상금에 특별한 욕심은 없다. 다만 상금을 받게 된다면 골프에 전념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고 했다.

프로 데뷔 무대를 앞둔 이효송은 “내년에 1승 이상 거두는 것이 목표다”면서 “박인비 선수나 고진영 선수처럼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 최종 목표다.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리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도 따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순간 우리는 한국 여자 골프의 명성과 위업을 이어갈 재목의 탄생을 함께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원석이 세상에 드러나 밝게 빛나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