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슨(미국)에게 2017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는 달콤씁쓸한 해로 남을 것 같다.
톰슨은 올 시즌 2승을 거뒀다. 킹스밀 챔피언십과 인디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21경기에서 단 한 차례만 컷 탈락 하는 꾸준함을 앞세워 최저타수상(69.11타)과 레이스 투 CME 글로브 2관왕을 차지하며 보너스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원)를 거머쥐었다. 그린 적중률(77.71%) 1위,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273.79야드) 3위, 평균 퍼트 수(1.76개) 8위 등 주요 부문에서 정상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번번이 무너지기도 했다. 준우승을 6번이나 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그 중 연장전 패배가 3번이다. 개막전 퓨어 실크 바하마와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다 동타를 허용한 뒤 연장 첫 홀에서 무릎을 꿇었다. ANA인스퍼레이션에서는 시청자의 제보로 오소 플레이를 한 것이 발각돼 4벌타를 받으며 다 잡은 우승을 놓치기도 했다. 20일(한국시간) 끝난 시즌 최종전에서는 18번 홀 50cm 파 퍼트를 놓치며 또 한 번 역전패를 허용했다. 품 안에 들어왔던 올해의 선수 트로피도 유소연과 박성현에게 돌아갔다.
톰슨은 "나는 하루종일 멋진 경기를 펼쳤다. 그런 짧은 퍼트를 놓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우승 생각에)아드레날린이 분비됐던 것 같다. 손에 재난이 일어났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내 "이것이 골프인 것 같다.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2관왕을 차지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톰슨은 "큰 영광이다. 올 시즌 일관된 경기력을 펼치고 싶었고, 개막 전부터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이것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된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톰슨은 지난해보다 그린 적중률이 3% 가량 높아졌고, 평균 퍼트 수는 0.04개 줄었다.
필드 밖에서도 톰슨은 다사다난했다. 지난 5월 엄마 주디 톰슨이 자궁암 판정을 받았고, 9월에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주디는 암을 이겨내고 완치에 성공했고, 최종전 내내 대회장을 지켰다. 톰슨은 "엄마와 함께해 더욱 특별했다. 내가 어떤 경기를 했든 엄마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그것이 내게 필요한 전부"라고 사랑을 표현했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