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나선 앨리슨 리. [하나금융그룹 제공]
"한국에 오는 건 특별하죠. 한식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재미동포 앨리슨 리가 13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7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는 이날 버디 8개를 쓸어 담았고 보기는 1개만 기록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빠른 그린에 고전했지만 앨리슨 리는 버디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인경 등 공동 2위 그룹과는 3타 차다.
앨리슨 리는 지난해 LPGA투어에 데뷔해 올해로 2년 차가 됐다. 한국계인데다가 수려한 외모, 뛰어난 실력까지 갖춰 큰 관심을 받았는데 올해 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난 3월 기아 클래식 도중 어깨 부상으로 기권했고, 이후 5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을 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어깨 부상의 여파로 스윙이 틀어진 것이 원인이었고, 심리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에게 기대한 것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실망스러웠고, 부담감도 점점 커졌다. 하지만 어깨 치료와 스윙 교정을 통해 샷이 날카로워지면서 성적도 점점 좋아졌다. 지난 7월 마라톤 클래식 공동 6위로 반등의 기회를 잡은 앨리슨 리는 캐나다 여자오픈과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도 톱10에 들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첫 날 단독 선두로 나서면서 첫 승에도 도전하게 됐다. 그는 이날 77.7%의 높은 그린 적중률을 기록하고도 퍼트는 25개만 했다.
경기를 마친 앨리슨 리는 “그린이 매우 빠르고 단단해 어려웠다. 하지만 샷감이 좋아서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었고, 퍼트도 잘 됐다. 4.5m정도 거리의 퍼트는 거의 다 넣은 것 같다. 보기도 1개만 범해서 경기가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어깨 부상에 대해서는 "부상 이후 스윙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영향도 있었다. 공을 치기 무서웠다. 하지만 최근 리더보드 상단에도 종종 오르며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앨리슨 리는 투어 2년 차가 되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신인 때는 매 대회마다 새로운 골프장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올해는 지난해의 경험 덕분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번 주 수요일에 입국했는데 코스를 이미 알고 있어서 부담감도 덜하다. 작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라며 “덕분에 휴식 시간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앨리슨 리는 이번 대회에 어머니 김성신씨와 함께 동행했다. 그의 어머니는 14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앨리슨 리는“어머니가 미국 이민을 온 뒤 거의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덕분에 같이 왔는데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그래서인지 내게도 한국에서의 경기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한식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앨리슨 리는 명문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에 재학 중이다. 힘들지만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캠퍼스에선 강의를 4개만 듣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있다. 아시아 대회는 한국이 마지막이다. 이번 대회를 마치면 미국으로 넘어가 학업에 열중할 예정이다. 그러면 아마 내년 6월쯤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영종도=원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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