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빈은 18일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 솎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무명 김수빈(23)이 호주여자오픈 첫날 선두에 올랐다.
김수빈은 18일 호주 애들레이드 더 그레인지 골프장의 웨스트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쳤다.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낚는 무결점 플레이였다. 2000년 나디나 테일러(호주)의 66타를 깨고 코스 레코드 기록도 세웠다. 본인의 공식 대회 18홀 최저타 기록이기도 했다. 김수빈은 대학 때 66타를 2차례 쳤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성장했지만 국적은 한국이다. 12세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한 그는 주니어 시절 두각을 나타냈지만 앨리슨 리처럼 대학여자골프에서 톱클래스는 아니었다. 1m57cm로 키가 크지 않다. 골프 장학생으로 2011년 미국 워싱턴 대학에 입학한 뒤 LPGA 투어를 꿈꿔 왔다. 2014년 LPGA 퀄리파잉(Q)스쿨을 11위로 통과해 2015 시즌 신인으로 15개 대회를 소화했다. 7차례 컷 통과를 했고, 포틀랜드 클래식 공동 1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상금랭킹 103위로 시드 유지에 실패했고, 조건부 시드로 2016 시즌에 참가하고 있다. 올 시즌 개막 2연전에서도 대기 순번에 머물렀고, 결국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김수빈에게 호주여자오픈이 올 시즌 첫 대회였다. 코치와 함께 시즌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그는 첫 라운드에서 ‘사고’를 쳤다. 더 그레인지 골프장은 그린이 딱딱하고 까다로운 코스다. 김수빈은 “시즌을 잘 준비했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놀라운 스코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티샷은 좋지 않았지만 아이언 샷이 날카로웠다. 퍼트도 잘 됐다. 김수빈은 이날 2번 밖에 그린을 놓치지 않았고, 퍼트 수는 26개에 불과했다. 무아지경의 몰입 상태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존(Zone)에 들어간 날이었다. 김수빈은 “이런 날도 있기 마련이다. 라인을 읽는 대로 퍼트가 다 들어갔다”고 좋아했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김수빈은 전반에 5타를 줄였다. 18번 홀에서 5m 이상의 버디 퍼트를 솎아 넣은 김수빈은 1번 4m, 2번 홀 1.5m 버디를 성공시키며 7언더파까지 치고 올라갔다. 5번과 7번 홀에서도 정교한 샷을 뽐낸 김수빈은 2~3m 거리의 버디를 가볍게 넣었다. 9번 홀에서 위기를 맞았지만 3m 까다로운 파 퍼트를 홀에 넣으며 기분 좋게 라운드를 마감했다.
김수빈은 “그린이 딱딱하고 공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는 코스다. 하지만 스윙과 퍼트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코스를 잘 요리할 수 있었다. 코치와 농담으로 이번 대회에서 ‘20개의 버디를 하자’고 얘기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수빈은 신예다운 패기도 드러냈다. 그는 “압박감과 도전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일도 괜찮을 것”이라며 “한 샷 한 샷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