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Q스쿨에서 21위에 올라 아쉽게 풀 시드를 놓쳤던 양자령. 올해 공동 10위로 풀 시드를 받은 그는 "많이 배운 만큼 내년 시즌은 더 잘 될 거란 믿음이 있다"고 했다.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두 번째는 자신이 있었어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LPGA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 최종 라운드.
재수 끝에 내년 시즌 LPGA 투어 풀 시드를 받은 양자령은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양자령은 7언더파 공동 10위로 꿈에 그리던 풀 시드를 받았다.
양자령은 지난 해 Q스쿨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위를 하면서 풀 시드를 놓쳤다. 조건부 시드 선수 중 가장 순위가 높았지만 올해 12개 대회 밖에 나오지 못했다. 양자령은 "어느 해보다 뛰어난 루키들이 많았고, 병가, 출산휴가를 냈던 선수들이 돌아오는 등 변수가 많았다.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JTBC파운더스컵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 그는 첫 대회에서 공동 34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출전한 11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을 당했다. 한 달에 한 두 번 꼴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기감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 샷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부친 양길수씨가 심장 질환으로 병석에서 지내면서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양자령은 "첫 해라 모르는 것도 많고 여러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았는데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혼자 투어 생활을 하면서도 나보다 아버지 걱정이 더 됐다"고 말했다.
부친 양씨는 양자령의 오늘이 있게 한 장본인이다. 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그는 여섯 살 때 양자령의 손에 클럽을 쥐어줬다. 양자령은 1년 뒤 공식 대회에 나가 92타를 치면서 천재성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드라이버로 242야드를 날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자령은 "어렸을 때는 그저 골프가 즐거웠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부담이 생겼다. 원하는 만큼 안 되면 조급해졌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일수록 골프도,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태국, 미국, 스코틀랜드 그리고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양자령은 오클라호마대학교 금융학과에 입학했다. 김효주, 백규정 등 또래들처럼 빨리 프로에 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LPGA 투어 라운드 당 퍼트 수 부문에서 1위(28.50개)에 올랐을 뿐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상금랭킹은 155위였다. 양자령은 "원래는 숏 아이언과 숏 게임이 자신있었다. 그런데 샷이 너무 안 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퍼트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며 "좋은 해만 있으면 좋겠지만 어려움도 겪어야 더 강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 데뷔 초기에 슬럼프를 겪어 어찌보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8월 말에 일찌감치 시즌이 끝난 양자령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부모님 곁에서 지내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고, 아픈 허리도 치료받았다. 그렇게 2달 여를 한국에서 보내면서 다시 골프화 끈을 조여맸다.
양자령은 이번 Q스쿨 1라운드에서 6언더파 3위로 출발했다. 4라운드까지 10언더파 공동 2위였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거세진 바람과 함께 샷감이 흔들렸다. 장기인 퍼트도 잘 되지 않았다. 버디 1개를 잡았지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잃은 그는 8계단 밀린 공동 10위가 됐다. 그러나 4라운드까지 타수를 많이 벌어놓은 탓에 여유있게 풀 시드를 획득했다. 양자령은 "마지막 날이라 아무래도 조금 긴장이 됐다. 하지만 지난 해 한 번 경험해봤고 이 상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잘 될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Q스쿨을 마친 양자령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자령은 "올해 좋은 조건이 아니었지만 그런 상황으로 인해 많은 걸 배웠고 내공이 쌓인 것 같다. 내년에는 풀 시드를 받게 됐으니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