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대역전극을 완성한 미국 선수들이 성조기와 함께 우승컵을 들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한편의 드라마였다. 미국이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유럽의 3연승을 가로 막았다.
20일(한국시간) 독일 세인트 레온-로트 골프장에서 열린 솔하임컵 마지막 날. 미국은 6-10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12경기의 싱글매치에서 8승3패1무로 8.5점을 보태 14.5-13.5로 적지에서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로써 미국은 솔하임컵 역대 전적에서 유럽에 9승5패로 우위를 점했다.
미국의 역전은 쉽지 않아 보였다. 분위기도 홈팀인 유럽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날 재개된 포볼 경기(두 선수가 각자 볼을 친 뒤 좋은 성적 계산)에서 앨리슨 리(미국)의 실수가 뼈아팠다.
앨리슨 리-브리타니 린시컴 조는 17번 홀까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찰리 헐(잉글랜드)조와 올 스퀘어 상황이었다. 앨리슨 리는 3m의 버디 퍼트를 왼쪽으로 뺐다. 이때 앨리슨 리는 상대팀이 컨시드를 주지 않았음에도 공을 집어 올렸다. 경기 위원은 앨리슨 리가 경기를 마무리하지 않고 공을 집어 들었다는 이유로 유럽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은 마지막 홀에서 파에 그쳐 경기를 내줬다. 한 점 한 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앨리슨 리의 경험 부족이 미국의 발목을 잡는 듯 했다. 결국 앨리슨 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앨리슨 리의 눈물은 미국 팀의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싱글매치에서 미국은 모처럼 집중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선두 주자 렉시 톰슨(미국)이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비겼지만 나머지 조에서 대부분의 미국 선수가 큰 점수 차로 유럽 선수를 앞서갔다.
그러나 에이스인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대결에서 노르드크비스트가 승리하며 유럽이 계속해서 우위를 점했다. 노르드크비스트는 16, 17번 홀 연속으로 각 20cm, 70cm 가량 갖다 붙이며 루이스를 제압했다. 유럽은 13.5대 9.5로 앞서 나갔다.
유럽은 우승 요건에 단 0.5점이 필요했다. 6조 제리나 필러(미국)와 캐롤라인 마손(독일)의 싱글매치 18번 홀(파4)에서 승부가 갈리는 듯 했다. 마손이 4m 버디 퍼트를 넣으면 0.5점이 추가돼 유럽의 3연패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마손의 퍼트는 오른쪽으로 빗겨나갔다. 이제 필러의 3m 파 퍼트에 미국의 운명이 달렸다. 파 퍼트를 놓친다면 그대로 승부는 끝나는 상황. 필러는 숨을 한 번 크게 고른 뒤 과감하게 스트로크 했고 공은 홀컵으로 쏙 들어갔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미국 단장 줄리 잉크스터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대역전극의 서막이었다. 분위기를 탄 미국은 안젤라 스탠포드(미국)가 사흘 만에 승부의 균형을 이뤘다. 스탠포드는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2홀 남기고 2홀 차로 앞섰다. 중압감을 느낀 페테르센은 17번 홀 프린지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를 놓쳤고, 결국 스탠포드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대역전극의 마침표는 '추천 선수 논란'을 일으킨 폴라 크리머가 찍었다.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던 크리머를 추천 했다는 이유로 모든 비난의 화살은 잉크스터에게 향했다. 그러나 잉크스터는 크리머를 믿었고 보답했다. 크리머는 산드라 갈(독일)과의 경기에서 시종일관 많은 홀 차로 앞서갔다. 15번 홀까지 크리머가 4홀 차로 앞섰고, 갈이 6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승부가 그대로 끝났다.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유럽은 포볼과 포섬 매치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반면 세계랭킹과 개인 기량이 앞서는 미국은 싱글 매치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크리머를 마지막 12조에 넣는 등 잉크스터 단장의 싱글매치 대진이 성공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은 더욱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