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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61 VS 61 리디아 고

성호준 기자2015.03.04 오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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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면 리디아 고가 미세하게 낫다. 그러나 김효주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멘탈이 뛰어나다. 두 선수는 용호상박의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석]

61은 박찬호의 등번호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두 여자 골프 천재인 김효주와 리디아 고에게도 의미 있는 숫자다. 리디아 고는 지난 주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61타를 기록했다.

자신의 역대 최소타이며 코스 레코드이자 유럽여자투어 최소타 타이기록이다. LPGA 투어가 아니라 유럽 여자 투어이지만 대회가 열린 뉴질랜드는 제 2의 고향인데다 코스도 꽤 어려운 축에 든다. 리디아 고의 또 하나의 이정표다.

김효주는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1타를 쳤다. 남녀 통틀어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이다. 이런 대기록을 세울 경우 정작 우승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최저타에 대한 흥분, 나머지 라운드에서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주위의 관심 때문이다. 그러나 김효주는 카리 웹과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가 처음 참가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효주는 4일까지 열린 올 시즌 LPGA 4개 대회 중 혼다 타일랜드에만 나왔고 리디아 고는 혼다 타일랜드 대회만 빠졌다.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챔피언스는 두 선수가 LPGA 투어 회원이 된 후 첫 만남이다.

아마추어 시절 두 선수는 용호상박이었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리디아 고가 약간 앞섰다. 2012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일합을 겨뤘다. 김효주가 예선 스트로크 라운드를 1위로 통과했고 리디아 고가 한 타 차 2위였다. 그러나 매치플레이로 치러진 본선에서는 김효주가 8강에서 탈락했다. 리디아 고는 우승했다.

2013년 김효주는 프로가 됐다. 리디아 고는 전반기엔 아마추어로 남았다. 그 해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도 둘은 한 조로 경기했다. 최종 순위는 김효주와 리디아 고가 똑같이 10언더파 공동 9위였다. 리디아 고는 그해 12월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김효주는 공동 4위였다.

2014년 4월 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도 두 선수가 함께 참가했다. 리디아 고가 우승, 김효주는 공동 7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김효주가 11언더파로 우승하고 리디아 고는 4언더파 공동 8위였다.

리디아 고는 프로 들어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LPGA 6승을 했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은 없다. 김효주는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큰 판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체력은 리디아 고가 약간 우위로 보인다. 김효주는 아마추어 시절 프로 대회에서 곧잘 우승하더니 프로 첫해에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간간히 나가는 대회는 체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투어를 뛰면 다르다. 김효주는 체력을 끌어올린 2년차에 빛을 봤다. 김효주는 발목이 자주 붓는다고 알려졌다. 아킬레스건이 김효주의 아킬레스건이다.

두 선수 모두 드라이버의 정확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시즌 초반이고 리디아 고와 김효주가 함께 나선 경기가 없어 통계의 큰 의미가 없지만 현재까지 기록은 김효주가 94.1%로 1위다. 리디아 고는 84.3%로 14위다. 평균 거리는 리디아 고가 255야드(29위), 김효주가 250야드(49위)다. 짧지는 않지만 과거 안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청야니처럼 투어를 지배하는 강력한 여제가 되려면 좀 더 거리가 더 필요하다.

그린 적중률은 매우 중요한 숫자다. 성적과 직결된다. 리디아 고는 아이언이 매우 좋다. 83.3%로 올해 1위다. 거리 및 방향 컨트롤이 뛰어나다. 딱딱한 그린에서 런 계산도 천재적이다. 김효주는 첫 대회 그린 적중률이 66.7%로 72위에 그쳤으나 훨씬 좋아질 것이다. 지난해 국내 투어에서 김효주의 그린 적중률은 78.3%로 1위였다.

리디아 고는 벙커에 들어가서 파나 그 이하의 스코어를 낼 확률이 80%다. 매우 높은 수치다. 김효주는 66.7%였다.

평균 스코어는 리디아 고가 69.75타로 1위이고 김효주는 70.25타로 6위다. 리디아 고는 바람이 많이 분 바하마 클래식과 코스가 어려운 호주 여자 오픈에서 뛰었기 때문에 약간의 가산점을 줄 수도 있다.

숫자로 판단해보면 전반적으로 리디아 고가 미세하게 낫다. 세계랭킹에서도 리디아 고가 위다. 그러나 김효주는 멘탈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지난 해 에비앙에서 카리 웹과 접전 중 뒤땅을 치고도 파 세이브에 성공하는 강한 멘털을 보여줬다. 김효주는 경쟁자나 상황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샷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리디아 고도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최나연과 우승을 다투다 17번 홀 벙커에서 섕크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의외였다.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상황이어서 부담감이 더 해졌을 수 있다. 리디아 고가 심리학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심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말이고, 따라서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반증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멘털은 중요하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귀 사이, 즉 뇌라고 잭 니클라우스가 말했다. 두 선수의 대결은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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