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과 아버지 최지연씨는 올해도 LPGA 투어 첫 우승을 위해 함께 필드를 누빌 예정이다.
최운정이 익숙한 아버지 품에 다시 안겼다.
‘오렌지 걸’ 최운정은 지난해 미즈노 클래식부터 7년간 캐디백을 메 왔던 아버지 최지연씨 대신 전문 캐디와 호흡을 맞췄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힘에 부쳐하는 아버지의 캐디 은퇴를 고려했다. 하지만 최운정은 올해 다시 아버지와 호흡을 맞추며 시즌을 열고 있다.
최운정은 22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선전하며 2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첫 대회 컷 탈락, 바하마 클래식 공동 47위에 이어 시즌 첫 톱10 진입이었다. 최운정은 지난 시즌 우승 없이도 상금랭킹 10위 안에 드는 저력을 보여줬는데 올 시즌에도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LPGA 투어 첫 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최운정은 아버지와 함께여서 마음이 편하다. 사실 전문캐디를 고용하고 나서 성적이 나쁜 건 아니었다. 지난해 미즈노 클래식 4위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어딘가 불안한 구석이 많았다.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 첫 날 전문캐디와 호흡을 맞췄지만 잘 맞지 않자 최운정은 둘째 날부터 아버지에게 캐디백을 메달라고 부탁했다.
최운정은 전문 캐디에게 “흔들리는 날 잡아주지 못한다”며 이별을 고했다고 한다. 샷이 흔들릴 때 자신감 등을 불어넣는 격려로 선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7년간 캐디백을 메 왔던 아버지 최씨는 누구보다 딸의 마음을 잘 알아서 흔들리는 멘털을 바로 잡아주는 등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갔다. 최운정은 “혼자서 잘 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캐디의 자리와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떨어져 보니 아버지의 빈자리가 컸던 것이다.
최씨는 딸의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다. 홀로서기를 하길 바랬다. 그러나 딸이 아버지와 함께 할 때 자신감이 생기고 경기도 잘 풀린다고 하니 결국에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최운정은 “누구보다 꼼꼼히 코스를 파악하기 때문에 코스 분석도 아버지가 최고”라고 치켜세운다. 최고의 전략가이자 파트너를 만난 듯한 최운정은 마음 편하게 올해도 필드를 누비고 있다.
최운정은 당초 "우승으로 아버지의 멋진 은퇴식을 해주고 싶다"고 말해왔다. 최씨 부녀가 환상의 궁합을 뽐내 하루빨리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