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시 루이스가 펼쳐 보인 포춘쿠키에는 '오랫동안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루이스는 포춘쿠키의 운세처럼 올해 3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결실을 맺었다. [네이플스=성호준 기자]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시즌 결말이 포춘쿠키의 운세처럼 됐다.
루이스는 원래 중국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눠주는 운세가 들어 있는 포춘쿠키를 믿지 않았다. 그래서 포춘쿠키를 잘 열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CME 투어 챔피언십 3라운드가 끝난 그날 밤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장면을 보고 있던 중 아버지가 건네준 포춘쿠키가 생각났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포춘쿠키를 꺼낸 루이스는 무심코 종이 펼쳤고, 나온 운세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Good news of a long awaited event will arrive soon)'이라는 내용이었다. 루이스에게는 특별한 포춘쿠키였다. 시즌 최종전 마지막 라운드이라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타이틀의 향방을 앞두고 들여다본 운세였는데 길조로 해석된 셈이다.
단순한 운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박인비(KB금융그룹)와 모든 타이틀을 놓고 마지막 경쟁을 펼치고 있는 루이스에게는 힘이 됐다. 그래서 루이스는 포춘쿠키 운세를 주머니에 찔러넣고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루이스는 시즌 초반 꾸준한 성적을 올리면서 모든 타이틀 부문에서 독주했지만 후반기에 무서운 페이스로 치고 올라온 박인비에게 턱밑까지 쫓겼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3점 차로 좁혀졌고, 상금왕과 평균타수도 역전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루이스는 "엄청난 양의 무게가 어깨에 올려져 있는 느낌이었다"며 타이틀 수성에 대한 중압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운의 포춘쿠키 때문인지 루이스는 24일 끝난 CME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했다. 이전 대회인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박인비에 14타 뒤진 공동 28위(전체 36명)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루이스는 최종합계 4언더파 공동 9위로 CME 투어 챔피언십을 마쳤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인 그는 박인비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루이스는 올해의 선수, 상금왕,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모두 손에 거머쥐었다. 루이스는 올 시즌 28개 대회에 참가해 3승을 거뒀다. 또 18차례나 톱10에 진입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컷 탈락은 한 차례도 없었고, HSBC 챔피언스의 공동 40위가 올 시즌 가장 나쁜 성적표일 정도로 견고한 샷 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루이스는 경기 후 공식인터뷰에서 “원래 포춘쿠키를 열어보지도 않지만 어제 열어본 포춘쿠키는 하루 종일 가지고 다녔다”며 활짝 웃었다.
루이스는 2012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올해의 선수에 오르며 미국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또 25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처음으로 상금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가장 낮은 평균타수를 적어내며 지난해에 이어 베어트로피 2연패 달성에도 성공했다. 또 루이스는 미국 선수로는 1993년 베시 킹 이후 21년 만에 3관왕에 오르며 전설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루이스는 비록 100만 달러 보너스를 리디아 고에게 내줬지만 2위로 보너스 15만 달러를 챙겼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