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는 16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샷 대결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로 가장 좋은 스코어를 적었다. [하나외환 챔피언십 대회본부]
“리디아 고가 음식을 가장 많이 먹었다.”
이민지(18)의 ‘귀여운 폭로’다. 16일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이민지를 비롯해 김효주(19), 리디아 고(17)로 묶인 10대 신예들 조가 큰 관심을 끌었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샷 대결에서 이민지가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로 성적이 가장 좋았다. 김효주가 이븐파, 리디아 고가 1오버파다.
10대들이라 샷 대결 외에도 팬들은 그들이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어떤 공통된 관심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이날 강풍이 불어닥친 탓인지 이들은 평소보다 그렇게 많은 수다는 떨지 않았다. 가끔 사적인 연예인이나 최신 가요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깔깔 웃곤 했다. 이민지는 음식은 리디아 고가 야금야금 꾸준히 먹는다고 웃으면서 털어놓기도 했다.
즐겁게 라운드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민지는 부담감이 컸다. 김효주, 리디아 고는 비슷한 또래지만 자신과는 위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둘은 이미 LPGA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등 세계적으로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이민지는 이제 갓 프로 데뷔한 새내기다. 물론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했고, 세계 팀선수권도 제패하는 승승장구했지만 그래도 김효주, 리디아 고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기량 검증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민지는 속으로 조 편성을 이렇게 짝 지은 대회 경기위원회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민지는 강풍의 악조건 속에서도 드라이브 샷을 가장 멀리 보냈고, 아이언 샷의 정확도도 가장 높았다. 그는 “매 홀 맞바람을 맞고 치는 것 같았다. 매 샷 차근차근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코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어려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5번 홀(파5) 이글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이민지는 옆바람이 부는 가운데 5번 우드로 2온에 성공했다. 그리고 6m 거리의 내리막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진 6번 홀(파4)에서는 칩샷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 버디를 기록하기도 했다. 9번 홀 버디로 전반을 3언더파로 마친 이민지는 후반에 버디와 보기 1개씩을 맞바꿨다.
이민지는 이제 갓 프로 전향을 했지만 큰 무대 경험은 많다. 호주 대표로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출전했는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이번 대회에도 초청됐다. 호주에서 태어난 그는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맞는 첫 번째 공식 대회다. 그래서 더욱 의지가 남다르다. 그는 “한국에서 경기를 하게 돼 영광이다. 조금 긴장도 했지만 즐기려 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5위 안에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이민지는 2년 만에 리디아 고와 한 조에서 경기했다. 이민지가 LPGA 투어 진출에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에 리디아 고도 그렇고 김효주와도 앞으로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경기 템포가 빠르고 샷을 할 때 생각을 단순화하는 이민지는 18번 홀에서 두 선수가 먼저 버디를 낚아 압박감 속에서 퍼트를 해야 했다.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한 이민지는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다. 이처럼 앞으로도 자신만의 경기를 펼친다면 이민지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