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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환, 일주일 만에 달라진 인생

김두용 기자2014.11.28 오전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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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환은 최종 Q스쿨의 '지옥의 관문' 문턱까지 섰다가 극적으로 시드 유지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경기를 하는 행운을 얻었다. [KPGA]

‘지옥의 관문’ 문턱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애덤 스콧(호주)과 라운드로 극적인 반전.

일주일 만에 바뀐 고교생 골퍼 이경환(18)의 달라진 인생이다. 신성고 3학년 이경환은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누빈 3명의 10대 골퍼(초청 선수 제외) 중 한 명이었다. 10대들은 프로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시드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이경환의 성적이 가장 좋았는데 상금랭킹 69위였다. 군가와 규정 대회수 미달 등으로 60위 내 선수 7명이 빠지면서 이경환은 62위까지 올라왔다.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더 이상 시드 유지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이경환은 25일 군산골프장에서 시작되는 코리안투어 최종 Q스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20일 KPGA로부터 호소식이 날아 들었다. 노승열(나이키)이 시드를 포기했고, 김우현(바이네르)이 군가를 신청하면서 시드 두 자리가 비게 됐다는 것이다.

시드 확보 소식을 접한 이경환은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그는 ‘지옥의 관문’이라 불리는 최종 Q스쿨을 보기 위해 군산골프장으로 향하는 대신 시드니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원아시아 투어 시드가 있었던 그는 27일부터 시작된 에미리트 호주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약 없는 Q스쿨'에서 '호주오픈 출전'으로 불과 일주일 만에 골프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TV로만 봤던 매킬로이, 스콧, 조던 스피스(미국) 등과 당당히 같은 필드에 섰다. 이경환은 “이런 선수들과 같은 출전 선수명단에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스피스와는 악수도 하고 인사도 했다”고 설레어 했다.

특히 롱퍼터의 롤모델로 삼았던 스콧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롱퍼터를 사용하는 이경환은 185cm의 키에 훈남 외모라 ‘한국의 애덤 스콧’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던 터라 우상의 경기를 눈앞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더 없이 행복했다. 이경환은 “롱퍼터가 금지되기 전까지는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스콧의 퍼팅을 유심히 보겠다”고 말했다.

이경환의 올 시즌 행보도 롤러코스터 같았다. 첫 3개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했고, 톱10에도 한 차례 드는 성과를 얻었다. 이후 6개 대회에서는 모두 컷 탈락하며 자신감을 잃었다. 그렇지만 이경환은 마지막 신한동해오픈에서 공동 15위로 상금 1440만원을 추가해 상금랭킹 80위권에서 69위로 뛰어 오르며 시드 유지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경환은 “올해 8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대회에서 예선 통과로 시드전 예선 면제만 받자고 했는데 좋은 성적 거뒀다”며 “6개 대회 연속 컷 탈락하면서 프로의 벽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 살아남기 위해서 퍼팅 결정력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환은 28일 호주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5오버파 76타로 부진했다. 중간합계 8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하지만 2라운드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은 게 위안이자 희망이었다. 비록 컷 통과는 실패했지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었고, 시야도 넓혔다. 내년에도 여전한 10대인 이경환은 아시안투어 Q스쿨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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