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왼쪽)과 박인비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KLPGA/박준석]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제주 오라골프장.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는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한낮의 수은주 만큼이나 후끈 달아오른 취재 열기가 느껴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골프 여제’ 박인비(31·KB금융)와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고진영(24·하이트)이 동반 출전을 하면서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대회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대회가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진영과 박인비 외에 올 시즌 KLPGA 상금랭킹 1위 최혜진(20·롯데)과 대상 포인트 1위 조정민(25·문영) 등이 나왔으나 질문은 박인비와 고진영에게 집중됐다.
박인비는 최근 고진영의 활약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진영이는 흠잡을 데가 없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LPGA 4대 메이저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 세계랭킹 1위 등을 모두 달성한 박인비가 후배 고진영이 '대세'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박인비는 "다른 선수와 경쟁할 땐 그 선수가 흔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진영이는 견고하다. 지금이 전성기인 것 같다. 샷이 너무 좋고, 퍼팅이 굉장히 '핫'하다. 거리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 여러분이 또 다른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보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인비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동안 고진영은 시선을 단상에 고정시킨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내 박인비의 칭찬에 대한 소감을 묻자 고진영은 “언니의 칭찬을 들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와서 많은 분이 알아보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물론 기분은 너무 좋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자신을 낮췄다.
고진영은 7월 말 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올 시즌 메이저 2승째이자 3승째를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물이 오를대로 올라 있는 상황이다. 고진영은 최근의 상승세에 대한 질문에도 자세를 낮췄다. 고진영은 "사실 세계랭킹 1위라서 좋은 것 이상의 느낌은 없다. 세계랭킹 2위로 내려갔을 때 느꼈던 건 1위는 '미국 투어에 있는 선수라면 누구든지 올라올 수 있는 자리구나, 경기력만 뒷받침되면 누구나 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었다.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경기력을 유지해야 1위를 계속할 수 있어서 어떻게 하면 내 경기력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고 답했다.
이 대회는 올 시즌 고진영의 첫 국내 투어 출전이며, 박인비는 두 번째다. 박인비와 고진영은 인연이 많다. 한 때 같은 매니지먼트사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삼다수의 후원을 동시에 받고 있다.
7살이 많은 박인비가 세계랭킹 1위와 메이저 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리를 먼저 갔다면 고진영은 그 길을 열심히 추격 중이다.
박인비는 "지금은 누가 봐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 함께 경쟁했던 선수 중 많은 수가 은퇴를 했거나 아이 엄마가 됐다. 현재 최고를 달리고 있는 선수는 나보다 한참 어린 고진영 같은 선수들"이라며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도전을 하겠다.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 역시 출전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훌륭한 후배들이 많아서 기쁘고 후배들이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고 좋은 성적을 내면 열심히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