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이야기에 정신을 차렸어요."

1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 피나클골프장(파71ㆍ6331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월마트 NW아칸소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 3라운드.

박인비와 김효주 등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한 박성현은 우승의 공을 캐디인 데이비드 존스에게로 돌렸다.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과 공동 선두로 출발한 박성현은 이날 전반에 1타를 줄인 뒤 후반 9홀에서 4타를 줄이는 몰아치기를 앞세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8번 홀까지 버디만 2개를 잡았던 박성현은 전반 마지막 홀인 9번 홀(파4) 보기로 자칫 흐름이 끊길 뻔한 상황을 겪었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벙커에 빠졌고 볼이 놓여있는 라이 역시 좋지 않았다. 임팩트가 두껍게 된 탓에 벙커를 탈출하는데 그친 그는 3온, 2퍼트로 최종일의 첫 보기를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캐디로부터 "아직 홀이 많이 남았고, 후반에 버디 홀이 많으니 편하게 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성현은 "보기 뒤 좀 쳐진 기분이었는데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후반 첫 홀인 10번 홀(파4)에서 원 온을 시킨 뒤 버디를 추가한 박성현은 13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았다. 파 5홀인 14번 홀에서 연속 버디가 나왔고 김효주와 공동 선두로 맞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투 온 뒤 짜릿한 마무리 버디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17번 홀에서 인비 언니, 효주와 동타인 것을 알았다. 마지막 홀은 버디 가능성이 있는 홀이라 무조건 버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18번 홀에서 첫 번째 퍼트를 한 뒤 리더보드를 보고 우승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마지막 홀에서 파에 그치며 1타 차로 연장전 합류가 불발됐다.

골프는 흐름의 경기다. 박성현은 지난 3월 초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4월 초 기아클래식 이후 톱 10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주 막을 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살아났다. 박성현은 "최종일에는 풀릴 듯 안 풀릴 듯 경기가 풀린 것 같다. 초반에 많은 버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쉬웠지만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며 "그런 것이 많은 도움이 됐고, 한타, 한타를 줄일 수 있었다. 사흘 동안 좋은 경기를 한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3월 초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5주간 자리를 지켰지만 고진영에게 자리를 넘겨줬던 박성현은 이번 우승으로 랭킹 1위 복귀를 예고했다. 박성현은 "물론 1위가 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세계랭킹 1위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한 번 1위에 올라간다면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1위가 되든 안 되든 매 경기 항상 같은 플레이를 할 것이고, 부담감을 떨쳐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