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고진영.[사진 LPGA]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했다.
고진영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이미향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최종일 코스 세팅은 매우 까다로웠다. 그러나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해 네 차례나 '톱 3'에 든 상승세의 고진영에게 어려운 핀 위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인경에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고진영은 2번 홀(파5)에서 2m짜리 첫 버디를 잡았다. 5번 홀(파3)에서도 4m 버디가 나왔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김인경은 샷감이 흔들리면서 전반 9홀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1개를 범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고진영에게도 위기가 왔다. 8번 홀(파3)에서 그린을 놓친 뒤 프린지 근처 긴 풀위에서 퍼터를 잡았다가 3퍼트 보기를 했다.
고진영은 파 5,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이어진 13번 홀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려 보기, 15번 홀(이상 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려 보기를 했다. 추격자인 이미향과의 간격은 1타 차까지 좁혀졌다.
고진영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인 것은 이 때부터였다. 16번 홀(파4)에서 3m 가량의 버디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2타 차 선두였던 고진영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3m 버디로 이미향에 3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2주 전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 이어 시즌 2승, 통산 4승째다.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했던 고진영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눈물을 흘렸다.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 곳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에 나도 우승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특히 (하늘에 계신)할아버지와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고진영의 우승은 한국 선수의 이 대회 다섯 번째 정상 정복이다. 한국은 2004년 박지은, 2012년 유선영, 2013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 등이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2년 이 대회에서 30cm 파 퍼트를 실패하면서 이 대회 역사에 남을 역전패의 주인공이 됐던 김인경은 이번 대회에서도 아쉬움을 씻지 못했다. 김인경은 최종일에 버디 1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2타를 잃고 5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효주와 '핫식스' 이정은이 4언더파 공동 6위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2언더파 공동 8위로 출발했지만 최종일에 무려 6타를 잃고 4오버파 공동 5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