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만에 데뷔전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 고진영이 신인왕 경쟁에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LPGA투어 인스타그램]
고진영이 박세리, 박성현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세웠다.
고진영은 18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14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LPGA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른 고진영은 첫 경기 만에 우승컵을 들게 됐다.
데뷔전 우승은 LPGA투어 역사상 두 번째이자 67년 만이다. 1951년 고 베벌리 핸슨이 이스턴 오픈에서 프로 전향 후 첫 경기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바 있다. 수많은 한국 선수들이 데뷔 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데뷔전에서 정상에 오른 적은 없다. 한국 골프의 전설 박세리도 데뷔 이후 10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고, 지난해 3관왕을 차지한 박성현은 14경기 만에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고진영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거두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고진영 이전까지 4명의 선수가 이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에 직행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한명도 우승을 거두지 못하며 국내 무대로 복귀해야 했다. 그러나 고진영은 이 징크스를 깨뜨리며 정상에 올랐다. 나흘 동안 한 차례도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고진영은 이날 신인왕 라이벌 한나 그린(호주)과 챔피언 조에서 동반 라운드를 했다. 고진영은 시작부터 2연속 버디를 낚으며 기선제압을 했다. 그린도 3타를 줄이며 맹추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이날에만 5타를 줄인 최혜진에게 밀려 공동 3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고진영이 올 시즌 신인왕에 오른다면 2015년 김세영,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에 이어 한국 선수가 4년 연속으로 신인왕을 달성하게 된다.
고진영은 시즌을 앞두고 올 시즌 목표를 "1승과 신인왕"을 설정했다. 첫 대회부터 우승을 거두며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를 성취했다. "우승 인터뷰는 꼭 영어로 하고 싶다"는 다짐도 지켰다. 고진영은 우승 시상식에서 "많이 긴장했지만 '4일간 경기를 즐기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임했다. 골프 팬들,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서툴지만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영어 인터뷰를 했다. 호주인 캐디 딘 허든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서웠다"는 농담도 던졌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