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가 다시 뛴다.

2017년 박인비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출전 경기 수는 확 줄어 들었다. 부상 여파도 있었지만 컨디션 조절 등을 위해 15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 데뷔 후 손가락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6년 10경기 다음으로 적은 15경기를 소화했다. 대신 국내에 많이 머물면서 반려견 리우를 비롯해 가족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렸다.

박인비는 “이전에는 길어야 2~3주 국내에 머물다 다시 대회를 위해 떠나야 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한 달 이상 국내에 머문 적도 있었다”며 “그렇다 보니 리우를 비롯해 가족들과 일상적인 기쁨을 누리게 됐다. 남들에게 일상일 수 있지만 소소한 삶들이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리우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 케이블방송 tvn의 예능 프로그램 <대화가 필요한 개냥> 출연을 결정한 이유도 다 리우를 위해서다. 박인비는 “리우는 조용하지만 도도한 편이다. 너무 사랑스럽다”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리우는 남기협씨가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선물했던 골든 리트리버 종이다. 박인비-남기협 커플은 2016년 연말 미국 전지훈련을 갈 때도 리우를 데리고 떠난 바 있다. 박인비는 “아직 아기가 없다보니 리우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가족이자 아들”이라며 엄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1월 10일경 미국으로 떠나는 박인비는 다시 '골퍼 박인비의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2018년 목표를 물어보자 그는 "재촉하기보다는 천천히 가자는 생각 안에서 목표를 찾을 계획이다. 물론 우승도 하고 싶다”며 두루뭉실하게 말했다. 사실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명예의 전당 헌액, 올림픽 금메달까지 골프 선수로서 모든 것을 달성했기에 뚜렷한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게 쉽지 않다.

그는 "사실 에너지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올림픽 이후에 동기부여도 찾지 못했고, 뭘 하고 싶다는 의지나 의욕이 전보다는 확실히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며 "이 에너지를 더 떨어뜨리지 않고 잔잔하게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성적보다는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진정한 메이저 대회라는 생각을 들게끔 만드는 US여자오픈이다. 물론 에비앙 챔피언십도 우승하고 싶다. 사실 모든 메이저 대회는 우승하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세계랭킹 1위 탈환에 대해선 "선수로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건 당연하다. 이왕이면 중하위권보다는 상위권에 있고 싶다"고 강조했다.

1988년생인 박인비는 이제 만 서른 살이 된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다. 그는 "어렸을 때 골프 선수를 시작하면서 ‘20대에는 골프 선수로서 내 몸을 불사르고 30대에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20대가 벌써 훌쩍 지나가버렸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30대는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새로운 삶의 스타트"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박인비의 2018년 첫 경기는 지난해 부상 복귀 2경기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대회인 2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이 될 전망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