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3관왕에 오른 박성현은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JNA 제공]
2017년 세계 여자골프의 핫이슈는 박성현의 등장이었다. 박성현의 별명인 '남달라'가 세계적으로 번졌고, 국내에서는 '남달라이즘'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루키 박성현은 세계랭킹 10위로 2017년을 출발했다. 높은 랭킹만큼이나 박성현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해외 언론들은 개막 전부터 ‘세계랭킹 1위가 될 재목’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박성현은 높은 기대감을 뛰어 넘는 대활약을 펼치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신인왕은 물론이고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 만에 신인으로 3관왕 달성에 성공하는 쾌거를 올렸다.
1966년 올해의 선수가 제정된 이후 LPGA투어에서 신인이 신인왕, 올해의 선수, 상금왕 3관왕을 차지한 건 2명뿐이다. 52년 동안 로페즈와 박성현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신인왕 단골손님이었던 한국 선수 중 박성현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17년 박성현까지 모두 11명이 LPGA투어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박성현 이전까지 한국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박세리와 신지애, 전인지였다. 이중 데뷔해 2관왕을 차지한 선수는 신지애와 전인지 2명이다. 2009년 신지애는 신인왕과 상금왕, 2016년 전인지는 신인왕과 최저타수상을 수확했다. 박세리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카리 웹(호주) 등 쟁쟁한 경쟁자들로 인해 1998년 신인상 수상 당시 상금랭킹 2위에 머물렀다.
데뷔 해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던 신인왕은 박세리와 전인지, 박성현 3명이다. 신인 시절 박세리가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 박세리는 1998년 메이저 대회인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정복했다. 자신의 LPGA투어 1, 2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하며 강력한 등장을 알렸다. 그리고 데뷔 해에 총 4승을 거뒀다.
2016년 전인지는 에비앙 챔피언십을 정복했다. 메이저 우승이자 데뷔 해 유일한 승수였다. 하지만 전인지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 263타로 남녀 통틀어 메이저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지애는 신인이던 2009년 LPGA투어에서 3승을 챙겼지만 메이저 우승은 없었다.
한국 자매 중 루키 시절 2관왕 이상과 메이저 우승을 동시에 이룬 건 박성현이 최초다. 또 박성현은 신인으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 등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박성현은 US여자오픈과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유소연과 함께 올해의 선수 동반 수상을 했고, 총 상금 23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상금왕에 올랐다. 2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선수는 박성현이 유일했다. 또 박성현은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전설' 벤 호건의 스윙을 연상케하고 완벽한 스윙을 한다는 극찬도 받았다.
신인상을 수상한 박성현.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한다면 1978년 로페즈의 활약이 2017년 박성현보다 더 눈부셨다. 로페즈는 신인왕을 비롯해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 상금왕 4관왕을 차지했다. 지금처럼 데이터가 상세하게 기록되지 않았지만 로페즈는 사실상 전관왕을 달성했다. 1978년 메이저 1승을 포함해 무려 9승을 수확했다. 본인의 LPGA투어 48승 중 신인 시절에 한 시즌 최다승을 달성할 정도로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물론 당시에는 선수층이 지금처럼 두텁진 않았다.
로페즈는 1979년에도 올해의 선수와 최저타수상, 상금왕 3관왕을 달성했다. 2년 차 징크스 없이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날렸다. 2년 차에도 8승을 챙겼다.
박성현은 올해 아쉽게 최저타수상을 놓쳤지만 로페즈에 근접하는 기록을 남겼다. 평균 타수 69.247타로 렉시 톰슨(69.114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박성현이 로페즈처럼 2018년에도 최고의 기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박성현.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