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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주인공 얼굴 바뀐 '18번 홀의 환희와 좌절'

김두용 기자2017.11.20 오전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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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 톰슨의 마지막 18번 홀 30cm 파 퍼트 실패로 올해의 선수 주인공의 얼굴이 뒤바뀌었다.

‘톰슨의 30cm 퍼트 악몽’이 타이틀 수상자의 이름까지 바뀌게 했다.

20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시즌 최종전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의 마지막 18번 홀(파4). 미국의 갤러리들은 렉시 톰슨(미국)의 우승을 고대했다. 15언더파로 1타 차 선두로 18번 홀에 들어선 톰슨은 온그린에 성공한 뒤 버디 퍼트를 핀 30cm 거리에 붙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톰슨의 우승 분위기가 만연했다.

뒤에서 세 번째 조로 플레이를 한 톰슨은 파 퍼트를 성공시키면 우승뿐 아니라 레이스 투 CME글로브,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모두 휩쓸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타이틀 경쟁에 팬들과 선수들의 관심이 집중돼 본인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줄곧 자신감 있게 퍼트를 했던 톰슨은 이 중대한 퍼트의 중압감은 이겨내지 못했다. 가볍게 치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인-아웃의 스트로크가 이뤄지며 홀컵 오른쪽을 훑고 지나갔다. 순간 갤러리의 탄식이 쏟아졌다. 톰슨이 떠난 뒤에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톰슨 본인이 가장 크게 실망했다. 보기 퍼트를 마무리한 톰슨은 재빨리 스코어박스로 걸어들어갔지만 정신이 없어 보였다. 짧은 퍼트를 놓친 당혹감과 실망감에 채찍질을 하지 않기 위해 톰슨은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폰을 끼고 연장전에 대비한 퍼트 연습에 집중했다.

톰슨의 30cm 퍼트 악몽뿐 아니라 18번 홀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어깨 통증으로 시즌 중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치고 올라온 것. 챔피언 조로 출발했던 쭈타누깐은 17번 홀에서 벙커 샷에 이어 버디를 성공시키며 14언더파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18번 홀에서 정교한 아이언으로 온그린에 성공하며 4m 거리의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까다로웠고, 퍼트의 중압감은 무거웠다. 신중하게 어드레스를 취한 쭈타누깐은 과감하게 스트로크를 했다. 퍼터를 떠난 공은 홀컵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쭈타누깐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듯 얼굴을 감싸며 눈물마저 보였다.

‘승부는 골프장갑을 벗을 때까지 알 수 없다’는 격언처럼 18번 홀에서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쓰여졌다. 쭈타누깐의 역전 우승으로 올해의 선수 주인공의 얼굴이 바뀌었다. 만약 톰슨이 우승했다면 올해의 선수도 톰슨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쭈타누깐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유소연과 박성현이 올해의 선수를 공동 수상하게 됐다.

레이스 투 글로브 부문에서는 톰슨이 745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톰슨은 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챙겼다. 박성현은 6250점으로 2위에 오르며 15만 달러의 보너스를 수확했다. 최종전 우승자인 쭈타누깐은 5900점으로 3위를 차지하며 10만 달러의 보너스를 벌어들였다. 쭈타누깐은 지난해 100만 달러 보너스의 주인공이었다.

올해의 선수는 그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선수에게 주는 큰 상이다. LPGA 명예의 전당 포인트도 1점 걸려 있다. 박성현과 유소연은 2013년 박인비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올해의 선수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유소연은 2012년 신인왕 이후 첫 타이틀을 따냈다. 박성현은 올해 신인상, 올해의 선수, 상금왕까지 거머쥐며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 만에 3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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