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고민 중으로 알려진 고진영이 20일께 LPGA 진출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KLPGA 제공]
고진영이 미국 진출을 결정한 듯한 글을 올렸다. 이후 논란이 되자 썼던 글을 다시 내렸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직행 티켓을 거머쥔 고진영은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뒤늦게 후회하기 싫어서 결정했습니다”고 적었다. 이어 “주위에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이 많다는 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항상 감사합니다. 따뜻한 사랑으로 바라봐 주시는 모든 팬분들께 감사드려요”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후회하기 싫어서 결정했습니다’는 대목에서 LPGA 진출에 대한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자 고진영은 결국 글을 내렸다. 고진영의 매니지먼트사인 갤럭시아SM 측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20일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매니지먼트사 측은 LPGA 진출 발표와 관련한 기자회견 개최 유무를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정황상 고진영이 미국 진출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를 알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폰서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쉽게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진영은 메인 스폰서인 하이트진로와의 계약이 2019년까지로 2년 더 남아 있다.
고진영이 골프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선 건 분명하다. 하지만 꿈을 좇아 마음이 가는대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고진영은 “골프 인생의 최종 목표가 LPGA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고 누누이 밝혀왔다. LPGA투어 진출 없이는 불가능한 꿈이다.
1995년생인 고진영은 여전히 젊다. 4년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를 뛰면서 쌓은 내공도 만만치 않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통산 10승을 챙겨 기량도 이미 검증됐다. 투어 경험과 기량,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고진영은 준비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백을 메는 캐디도 외국인이다. 해외 진출의 적기임이 틀림 없다.
고진영은 16일 시작되는 LPGA투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미국 무대 예행연습을 가진 뒤 진출 여부를 최종 선언할 계획이다. 투어 챔피언십 출전 자체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진출 직전 LPGA 관계자를 만나 입회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등 준비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박성현과 백규정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백규정은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2014년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하진 않았지만 대회장을 찾아 LPGA 관계자를 만나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했다.
고진영은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우승으로 미국 직행 티켓을 거머쥔 역대 5번째 ‘신데렐라’다. 앞선 4명의 신데렐라도 꿈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직 젊고 꿈 많은 고진영이 선배들과는 다른 선택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LPGA 티켓은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고 미뤘다가 다시는 잡을 수 없는 티켓이 될 수도 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게 골프라 기량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 또 미국 진출의 관문이었던 퀄리파잉(Q)스쿨 폐지로 LPGA 2부 투어를 거치거나 2018년부터 신설되는 Q시리즈를 통해서만 미국 투어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앞선 4명과는 고진영의 투어 내공도 다르다. 고진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기량도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다. 고진영은 “성적을 떠나 스스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경기 운영이나 멘털적인 부분도 좋아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전인지도 4년 동안 KLPGA투어를 거쳤고, 대상 영광을 안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해 신인왕과 최저타수상을 휩쓰는 등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만약 고진영이 백규정처럼 미국 무대의 적응 실패로 다시 국내로 유턴을 한다고 해도 남은 시간은 많다. 충분히 다시 돌아와 팬들과 약속한 ‘KLPGA 20승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고진영은 젊다. 골프 선수에게 새로운 도전만큼 큰 동기부여가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고진영이 다양한 상황들을 종합해 판단을 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희망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