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커(오른쪽)와 카리 웹은 마흔 살이 넘어서도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며 우승 경쟁력을 드러냈다.
최근 장타자들이 득세하면서 ‘드라이버=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하지만 관록을 앞세워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40대들에게는 적용되는 ‘우승 방정식’은 따로 있다. 평균적인 파워와 빼어난 퍼팅을 유지해야 나이와는 상관없이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7년생으로 지난 10월 12일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았던 크리스티 커는 29일 끝난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2011년 카트리나 매튜(스코틀랜드) 이후 6년 만에 40대에 LPGA투어를 정복한 베테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롯데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째를 달성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크리스티 커의 우승 원동력은 빼어난 퍼트감에서 비롯된다. 그는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3개, 평균 퍼트 수 28.51개로 각각 2위에 오르며 퍼트 부문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평균 퍼트 수는 지난해 29.71개에 비해 라운드당 1.2개가 줄어들었다.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도 평균 퍼트 수 25.75개로 날카로운 퍼트감을 보였다. 그는 최종일 18번 홀처럼 클러치 퍼트를 어김없이 집어넣으며 타수를 줄여나갔다. 크리스티 커는 퍼트감만 좋은 게 아니다. 파워도 여전하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57야드로 이 부문 42위에 올라 있다.
나이가 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거리다. 전장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추세라 거리까지 줄어들면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드라이브샷을 멀리 보내지 못하면 롱 아이언으로 온그린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그린 적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원리다. 박세리를 비롯해 최근 은퇴를 했던 선수들은 “거리 차이가 너무 커 불리하고, 그만큼 체력 소모도 더 심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나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 체력적인 부분도 밀린다. LPGA투어는 보통 나흘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야 우승이 가능하다. 그래서 72홀 스트로크 경기에서 체력 안배도 중요한 요소다. 체력은 집중력과도 관련이 깊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골프에서 그린에서의 집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신체적 기능 저하로 나이가 들면 그린에서의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40대에도 그린에서의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크리스티 커처럼 얼마든지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최근 LPGA투어의 40대 우승자를 분석해보면 비슷한 방정식이 적용됐다. 2011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오른 매튜도 당시 드라이브샷 거리 255야드,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80개, 평균 퍼트 수 19.95개로 젊은 선수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퍼포먼스를 냈다. 매튜는 2012년까지 상금 순위 18위에 오르는 등 정상급 기량을 보여줬다. 하지만 성적이 떨어진 2014년 이후 성적을 보면 그린 적중 시 퍼트 수가 1.82개로 높아졌고, 평균 퍼트 수도 30.5개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우승 경쟁력도 떨어졌다.
만 39세 때까지 우승을 차지했던 카리 웹(호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4년 2승을 수확했을 당시 웹은 드라이브샷 거리 248.31야드,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9개, 평균 퍼트 수 29.64개로 준수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 그린 적중 시 퍼트 수가 1.81개로 높아졌고, 평균 퍼트 수도 3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갔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43세 노장 황인춘도 빼어난 퍼트감을 뽐냈다. 황인춘은 이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70야드에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개를 기록했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전체 선수 중 4위에 해당할 정도로 빼어났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