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박성현과 엔젤 인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KLPGA 제공]
“저보다 20m 더 나가는 장타자”(박성현)
“자극제가 되는 좋은 경쟁자”(엔젤 인)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루키 박성현과 중국계 미국인 엔젤 인이 서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13일 끝난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엔젤 인이 11언더파 선두, 박성현이 9언더파 공동 2위에 올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인들과 한국의 국내파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필드의 열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둘은 장타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박성현은 1998년생인 엔젤 인에 대해 “캐나다 여자오픈 1, 2라운드에서 같이 쳤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저보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20m 더 나가더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어 “엔젤 인이 치는 걸 보고 장타에 ‘장’자도 꺼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시원시원한 경기력이 좋았고, 엔젤 인을 보면서 느낀 점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엔젤 인은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장타를 내뿜었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1라운드 272야드, 2라운드 277.5야드라는 ‘대포’를 쐈다. 박성현은 1라운드 264야드, 2라운드 265야드에 머물렀다.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도 엔젤 인이 박성현에 앞선다. 엔젤 인이 271.49야드로 이 부문 7위에 올랐고, 박성현이 270.89야드로 9위를 달리고 있다.
엔젤 인은 올 시즌 US여자오픈을 포함해 2승을 수확한 박성현에 대해 “박성현 같은 좋은 선수와 신인상 경쟁을 펼쳐 기분이 좋다.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아 있어서 일단 신인상 경쟁을 끝까지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신인상은 박성현의 수상이 확정적이다. 신인상 포인트에서 1333점의 박성현과 559점의 엔젤 인과의 차이는 너무 크다. 엔젤 인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있지만 사실상 박성현의 수상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는 “올해 목표가 신인상이었는데 박성현이 워낙 훌륭하게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젤 인은 화끈한 장타로 이날 5번 홀에서 이글을 낚기도 했다. 그는 드라이버 샷 이후 6번 아이언으로 공략해 핀 3.5m 거리에 붙였다.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엔젤 인은 본격적인 선두 경쟁에 뛰어 들었다. 그는 “이글을 잡아낸 계기로 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엔젤 인은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를 뽑아내며 7언더파를 몰아쳤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이 공동 5위인 엔젤 인은 선두로 뛰어오르며 LPGA투어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18번 홀에서도 200m 남은 거리에서 4번 아이언으로 공략해 그린을 넘기는 장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어 절묘한 칩샷으로 핀에 붙였고, 가볍게 버디를 낚으며 11언더파로 라운드를 마감했다. 그는 “제 소개를 하자면 일단 장타자고 멀리 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장타를 구사하면 아무래도 그린을 공략하기가 편하다. 이 코스도 장타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루키해에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10점 만점 중에 7점을 줄 수 있는 시즌이다. 제가 박한 편인데 7점이면 후한 점수”라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1m 내의 버디 퍼트를 놓친 게 정말 아쉬웠다. 선두에 1타 차로 추격할 수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놓쳤다. 그는 “1라운드와 샷은 비슷했다. 퍼팅 부분이 아쉬웠다. 생각만큼 잘 떨어지지 않았다”며 “18번 홀의 경우 라인을 잘못 봤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퍼팅이었다. 스트로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끝나고 나서 굉장히 속이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박빙의 승부가 되면 마지막 홀의 경우 장타자들은 쉽게 2온이 가능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3라운드 마지막 조는 엔젤 인, 전인지, 고진영으로 묶였다. 그 앞에서 박성현과 배선우, 김지현이 동반 라운드를 펼친다. 마지막 2개 조 6명 중 5명이 한국 선수로 채워졌다.
JTBC골프는 대회 3라운드를 14일 오전 11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