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은 항상 기억에 남고 우승하고 싶은 대회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준비하면서 입술 포진까지 생겼다. [KEB하나은행 대회본부 제공]
“올해는 부담감이 더 커졌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유일의 한국 대회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앞둔 박성현의 솔직한 심정이다. 박성현은 2015년 이 대회에서 LPGA투어 첫 경험을 했다. 당시 그는 1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 코스레코드를 세웠다. 또 우승 경쟁을 벌이다 렉시 톰슨(미국)에 1타 뒤진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9일 대회가 열리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만난 박성현은 “항상 기억에 남는 대회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무래도 코스레코드를 작성하고 우승 경쟁을 했던 2015년 기억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월요일은 가볍게 몸을 풀거나 9홀 라운드를 하는 게 보통이지만 박성현은 이날 18홀 연습 라운드를 도는 등 남다른 의욕을 드러냈다. 올 시즌 강행군으로 피로도가 쌓였고, 추석 연휴에도 연습에 몰두한 여파로 입술에 포진까지 생긴 그는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며 당차게 말했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은 박성현에게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일단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다. 대개 선수들은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부담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박성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KEB하나은행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박성현은 “지난해보다 올해 부담감이 더 커진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팬들의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다. 신인상을 사실상 확정 지은 박성현은 올해의 선수, 상금왕, 평균 타수상(베어트로피)도 바라보고 있다. 내친 김에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 만에 4관왕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박성현은 190만9667달러로 상금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는 69.092타로 69.015타의 렉시 톰슨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130점으로 유소연(150점), 톰슨(147점)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레이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도 3위다.
이중 가장 욕심나는 타이틀은 평균 타수상. 그는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갖고 싶은 타이틀이 바로 평균 타수상이다. 올해 좋은 위치에 있는 만큼 가장 욕심이 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4관왕 도전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은 것 같다”라고 묻자 “그럴 때마다 팬분들에게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고 얘기한다”고 애교 섞인 답변으로 웃어 넘겼다. 이어 그는 “일부러 관련 기사를 전혀 보지 않는다. 주변 지인들이나 팬들분이 얘기를 해줘서 4관왕 타이틀도 알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아시안 스윙이 막을 올린다. 박성현의 4관왕 도전 여부가 큰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주요 타이틀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성현은 “일단 남은 시즌 동안 1승을 더해서 3승을 채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승 박성주 코치와 다시 만난 것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코치는 9일에도 연습 장면을 지켜보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성현은 박성주 코치가 대회장을 찾았던 US여자오픈에서 LPGA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다소 흔들렸던 샷감도 회복 중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선두를 달리다 2, 3라운드에서 샷이 흔들리면서 부진했던 박성현은 3주간 한국에 머물면서 샷감을 되찾는데 집중했다. 그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좋지 않았던 감을 다시 찾기 계속해서 노력했고 어느 정도 올라왔다. 오늘 18홀 연습 라운드를 돌아보니 샷감이 좋아서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JTBC골프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전 라운드를 매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