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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서 자란 리디아 고, 섬에서 우승 없는 이유는

김두용 기자2016.04.19 오전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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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에서 통산 12승을 챙기고 있는 리디아 고는 바람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롯데 제공]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의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3연승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리디아 고는 지난 17일 하와이에서 끝난 롯데 챔피언십에서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8년 만에 3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바람에 고전한 리디아 고는 5언더파 공동 23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1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던 리디아 고의 가장 나쁜 성적표였다.

리디아 고는 섬나라인 뉴질랜드에서 성장했다. 그는 오클랜드 노스쇼어의 푸푸케 골프장에서 주로 훈련하며 꿈을 키웠다. 푸푸케 골프장 인근에 해안이 있긴 하지만 도심 시내에 위치한 골프장이라 링크스 코스는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바람이 꽤 부는 골프장을 홈 코스로 사용했지만 아직까지 섬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컵을 수확하지 못하고 있는 리디아 고다.

롯데 챔피언십도 바람이 강한 하와이에서 열렸다. 1라운드 때는 최대 시속 48km에 달하는 강풍이 몰아치기도 했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바람이 잔잔해졌지만 선수들은 바람과 사투를 벌어야 했다. 펀치 샷을 구사하거나 바람을 잘 이용하는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했다.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통산 12승 중 섬에서 열린 대회의 우승 기록은 없다. 비와 바람이 몰아치는 자연과의 싸움으로 볼 수 있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성적표가 그리 좋은 건 아니다. 지난해 3위가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고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리디아 고가 기술적으로 바람에 강할 수 없는 샷을 구사한다고 한다. 임경빈 JTBC골프 해설위원은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추구하는 ‘A 스윙’은 바람에 강할 수 없다. 레드베터의 지도로 스윙을 교정하고 있는 리디아 고의 샷 탄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A스윙으로 교정 중인 리디아 고는 백스윙이 더 업라이트한 스윙으로 바뀌었다. 샷의 일관성을 위한 선택이지만 리디아 고가 아직 완전하게 적응한 건 아니다.

올 시즌 리디아 고의 드라이브샷이 좋은 편이 아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72.96%로 지난해 75.3%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디아 고는 100야드 내 샷 능력이 빼어나고 최정상급 퍼트 기량도 뽐내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분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그린 적중률이 61%에 머물려 시즌 평균인 76%보다 한참 모자랐다.

바람이 강한 섬이나 링크스 코스에서 성적이 아주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이기에 기대감과 눈높이가 높다. 지난해 섬에서 열린 바하마 클래식과 블루베이 LPGA에서 각각 7위, 8위를 올랐다. 세계 여자골프의 최연소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리디아 연대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리디아 고로선 ‘자연과의 대화’도 중요하다. 링크스의 악천후를 인내하고 이겨내야만 위대한 골퍼가 될 수 있다. 리디아 고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정복해야만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달성할 수 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박인비도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하면서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한편 리디아 고는 22일부터 열리는 스윙잉 스커츠에서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JTBC골프는 1~4라운드를 오전 7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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