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이어 다시 최종일 무너져 2위를 한 양희영. [사진 LPGA]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골프장(파70)에서 끝난 시즌 세 번째 메이저 US여자오픈 3라운드.
3타 차 선두로 라운드를 마친 양희영은 TV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양희영은 LPGA 투어 선수들이 손꼽는 천사표 선수다. 인상처럼 순하고 운동에만 열심인 성실한 선수라 동료들도 양희영을 응원한다.
양희영은 올 2월 혼다 타일랜드에서 긴 슬럼프를 떨쳤다. 2013년 하나 외환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이후 무기력감과 우울증에 빠져 클럽을 내려놓고 지내다가 1년 반만에 거둔 우승이었다.
그리고 5개월 만에 다시 우승 기회를 잡았다. US여자오픈은 양희영과 인연이 깊은 대회였다. 2010년 이후 지난 해까지 5번의 대회에서 4번이나 톱 10에 들었다. 2010년 공동 5위, 2011년 공동 10위였고, 2012년에는 최나연과 우승 경쟁을 하다가 2위를 했다. 지난해에도 4위에 올랐다. 양희영은 "2번의 챔피언조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3라운드 때까지 마음이 편했듯 최종 라운드에도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한샷, 한샷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양희영은 스윙이 좋은 선수다. 리듬과 템포는 LPGA 투어에서도 최정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US여자오픈은 해마다 다른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고 코스도 가장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양희영은 LPGA 투어에서 6번의 2위가 말해주듯 최종 라운드의 중압감에 다소 약한 면을 보여왔다. 이번 대회 최종일에도 안타까운 상황이 나왔다. 8번홀까지는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잘 풀어갔지만 9번홀부터 샷을 하기 전에 자주 어드레스를 푸는 모습이 목격됐다. 퍼팅을 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골프에서 프리샷 루틴은 샷의 결과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긴장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늘 일관된 과정을 밟으며 샷을 준비한다. 루틴이 깨져버린 양희영은 15번홀까지 4타를 잃었다. 8언더파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5언더파까지 내려갔고 전인지와 4타 차로 벌어졌다.
양희영은 16번홀부터 마지막 힘을 냈다. 235야드로 짧게 세팅된 파 4홀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원온을 시켰고 3m 이글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17번홀(파3)에서는 2m 버디가 나와 전인지와의 차이를 1타 차로 좁혔다.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다시 스윙 리듬이 빨라지면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겼다.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기는 힘들었다. 세 번째 샷은 잘 쳤지만 백스핀이 걸리면서 홀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연장 승부를 위해 꼭 넣어야 했던 3m 파 퍼팅이 홀 왼쪽으로 지나치면서 1타 차 2위로 또 다시 석패했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