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2연패를 달성한 리디아 고.
‘IV-XXVII-XIV(4-27-14)’. 리디아 고가 오른쪽 손목에 새겨넣은 숫자다. 이 숫자는 리디아 고가 프로 전향 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거둔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 최종일 날짜를 뜻한다. 꼬박 1년 뒤, 리디아 고는 손목에 새긴 문신을 떠올리기라도 한 듯 2년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리디아 고와 우승 경쟁 한 모건 프레셀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속에서도 훌륭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을 숫자로 정리해봤다.
1: 리디아 고가 이 대회 우승으로 13주째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여기에 30만 달러의 상금을 더해 김세영을 밀어내고 상금랭킹 1위(90만8810달러)에 올랐다. 또 시즌 최종전에서 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CME 글로브 포인트 부분에서도 1위(2005점)를 고수하며 2년 연속 ‘잭팟’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2: 리디아 고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또 리디아 고는 김세영에 이어 두 번째로 다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 시메트라 투어(2부)에서 6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곽민서가 이 대회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단독 4위에 올랐다. 곽민서는 최종 라운드 진입 전 이틀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선두를 1타 차로 바짝 추격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버디 2개, 보기 4개를 묶어 2타를 잃으며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5: 한국 낭자 5명이 톱10에 들었다. 4위 곽민서를 포함해 공동 6위 장하나, 양희영, 공동 9위인 이미림, 김세영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선수들은 미국 무대에서 꾸준히 톱10에 진입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7: 2008년 LPGA 투어 카팔루아 클래식 이후 약 7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프레셀에게 승리의 여신은 미소를 보내지 않았다. 프레셀도 우승 기회가 있었다. 그는 1차 연장에서 핀을 직접 공략한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공을 홀에서 2.5m 옆에 붙였다. 그러나 대회 평균 퍼트 수 31.5개로 흔들렸던 프레셀의 퍼트는 끝내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14(홀): 최종 라운드 14번 홀. 선두를 달리던 프레셀은 추격자 브룩 헨더슨에게 3타 앞서 있었다. 올 시즌 역전 승부가 빈번하게 일어나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스코어였다. 바로 그때, 헨더슨이 벙커에 빠진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으며 이글을 잡았다. 둘의 간격은 1타 차로 좁혀졌다. 그러나 프레셀은 예민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헨더슨의 이글을 하이파이브로 응대하며 훌륭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14(명): 141명의 대회 출전 선수 중 언더파를 작성한 이는 14명에 불과했다. 좁은 페어웨이에 딱딱한 그린으로 메이저 대회급 코스 세팅이라는 평가를 받은 레이크머세드골프장. 여기에 샌프란시스코의 강풍까지 불어 닥치며 선수들을 괴롭혔다.
18: 리디아 고가 이 대회 기간 중에 18세 생일을 맞았다. 리디아 고는 2라운드가 끝난 후 갤러리들이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케이크 초에 붙은 불을 껐다. 한편 미국 골프 닷컴은 리디아 고가 우즈의 18세 때와 비교해 월등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리디아 고는 18세 이전에 투어 대회에서 269만7843달러(약 29억원)를 벌어들인 반면 우즈는 단 한 푼도 벌지 못했다.
65: 캐나다의 ‘골프 신동’ 브룩 헨더슨이 거둔 대회 최저타. 스폰서 초청 선수로 출전한 17세의 헨더슨은 2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로 7언더파를 몰아치며 코스 레코드를 작성했다. 그는 최종합계 7언더파 3위로 LPGA 투어 2개 대회 만에 톱3에 진입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94: 18번 홀에서 치러진 2차 연장전. 94야드 남은 지점에서 피칭 웨지로 공략한 리디아 고의 세 번째 샷이 백스핀이 걸리면서 홀 1.5m 지점에 멈췄다. 프레셀도 이에 질세라 2.5m 거리에 갖다 붙였지만 퍼트를 넣지 못했다. 반면 리디아 고는 침착하게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서창우 기자 seo.ch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