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성큼 세계 1위를 향해 진격한 리디아 고는 이제 여왕 수성을 위해 '새로운 적'과 싸워 이겨야 한다.
박인비(KB금융)가 역대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새로운 적’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2일(한국시간) 발표된 롤렉스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리디아 고 평균 9.7점, 박인비 평균 9.67점으로 세계 1위가 뒤바뀐 게 공시됐다. 박인비는 새로운 여왕에게 축하 인사를 하는 동시에 조언도 건넸다. 14주 연속으로 지켰던 1위 자리를 내준 박인비는 “모두가 뒤에서 1위를 잡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리디아는)매주 잘 쳐야 한다. 하지만 이 압박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인비는 최근 2년간 가장 오랫동안 세계 1위를 유지한 여제다. 세계 1위에 대한 부담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8세의 어린 선수가 세계 1위의 압박과 싸워야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리디아 고는 수많은 추격자뿐 아니라 여제 수성의 압박감과 부담감이라는 ‘새로운 적’과 직면한 셈이다. 매 대회 여러 인터뷰 등으로 적지 않은 시간을 빼앗기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만 박인비는 리디아 고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리디아는 공을 가장 똑바로 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정확한 퍼트 스트로크도 자랑한다”며 “퍼트가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들었다. 퍼트까지 향상된 리디아 고를 이기는 건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리디아 고는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두 개 홀에서 실수를 하긴 했지만 놀라운 퍼트감을 뽐내며 기어코 2위 자리를 지켜냈다. 1타라도 더 잃었으면 세계 1위 등극이 다음으로 미뤄졌을 텐데 리디아 고는 압박감 속에서도 4m 이상의 퍼트를 어김없이 홀컵에 떨어뜨렸다.
정작 리디아 고는 세계 1위 등극에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세계 1위를 차지한 건 영광이다. 하지만 아빠는 세계 1위 등극보다 대회 우승에 더 흥미를 보였다”라며 “지속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랭킹은 뒤따라오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리디아 고가 이제 박인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박인비는 퍼트감이 떨어져 개막전에서 13위에 그쳤지만 5일부터 시작되는 바하마 클래식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시 여제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박인비와 리디아 고의 흥미로운 여왕 경쟁이 올 시즌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