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라운드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노예림(왼쪽)과 한나 그린.둘은 매치 플레이같은 우승 경쟁을 펼쳤다.
월요예선 통과자로 우승을 노렸던 ‘재미동포’ 노예림(18·하나금융)의 꿈이 물거품됐다.
2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파72·647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최종 4라운드.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노예림은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20언더파를 적어내며 2위를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는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면서 최종 합계 21언더파를 기록한 한나 그린(호주)의 품에 안겼다.
최종일 경기는 그린과 노예림의 매치플레이처럼 치러졌다. 노예림은 전반 9홀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그린이 버디 3개로 3타를 줄이면서 둘의 격차는 1타 차가 됐다. 그린은 LPGA 투어 2년차로 올해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자다.
우승 경험이 없는 노예림은 흔들렸다. 10번 홀(파5)에서 티샷이 우윽으로 밀리면서 레이업을 해야 하는 위기가 왔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파로 막아냈고, 그린은 1m가 조금 넘는 버디를 놓치면서 간격이 유지됐다. 큰 위기를 넘긴 노예림은 12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한 뒤 14번 홀(파4)에서 3m 버디를 추가해 그린과의 격차를 3타 차로 벌렸다. 4홀이 남은 상황에서 3타 차라 우승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듯 했다.
그러나 그린의 뒷심이 시작되면서 노예림은 다시 흔들렸다. 노예림이 15번 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면서 파에 그친 사이 그린은 4m 버디로 2타 차로 따라붙었다. 노예림은 16번 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뒤 2m 가까이 되는 파 퍼트를 넣지 못해 다시 1타를 잃었다. 1타 차로 추격한 그린은 17번 홀(파4)에서 4m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기어이 동타를 만들었다.
공동 선두인 상황에서 노예림은 18번 홀(파4)의 티샷을 페어웨이 우측 벙커에 빠뜨렸다. 두 번째 샷은 그린 뒤로 넘어갔고, 어프로치 샷은 홀에서 5m가 넘게 지나쳤다. 파 퍼트는 홀보다 1m 가량 길었다. 그린 뒤쪽 프린지로 공을 보낸 그린은 첫 번째 퍼트가 짧았지만 2m 파를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끝냈다. 그린의 시즌 2승이다.
지난해 여자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캐나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등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하고 프로로 데뷔한 노예림은 이번 대회에서 LPGA 투어 역사상 세 번째 월요 예선 통과자 우승을 노렸다. LPGA 투어에서 월요 예선을 통한 선수가 우승을 한 건 2000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의 로럴 킨(미국) 그리고 2015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브룩 헨더슨(캐나다) 등 단 2명이 기록했다. 18세 노예림은 헨더슨 이후 4년 만에 LPGA 투어 역사에 다가갔지만 우승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4개 홀을 버티지 못하면서 아쉬운 승부의 주인공으로 남게 됐다.
신인왕을 예약한 이정은(23·대방건설)과 시즌 2승의 김세영(26·미래에셋), 1승의 허미정(30·대방건설)이 12언더파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은 세계 2위 박성현(26·솔레어), 시즌 1승의 양희영(30·우리금융) 등과 10언더파 공동 20위에 올랐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