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은 "올 시즌 목표는 신인왕과 꾸준히 톱20에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이지연]
2018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루키 고진영(23, 하이트진로)이 데뷔 세 번째 대회인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노린다.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은 3월 1일부터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고진영은 2월 열린 자신의 LPGA투어 데뷔전이던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67년 만에 LPGA 데뷔전 우승 기록을 썼다.
27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고진영은 첫 우승의 기쁨을 벌써 잊었다는 듯 진지했다. 고진영에게 먼저 축하 인사부터 건넸지만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잘 모르겠다. 우승 순간에도 그냥 ‘우승했구나’ 정도의 느낌이었고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고 했다.
고진영은 지난 1월 뉴질랜드로 떠나 그곳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원래는 호주 여자오픈에 참가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훈련 때 집중했던 부분이 실전에서 잘 나오는지 확인해 보자는 마음으로 나섰다가 덜컥 우승까지 했다.
고진영은 그 다음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 역시 참가 명단에 없었다. 그러나 호주 여자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이 대회도 소화했다. 고진영은 “벌써 세 번째 대회다. 너무 빠르다. 비행기 탔다가 내리면 골프 치고, 대회 끝나면 짐 싸고, 또 비행기 타고, 이렇게 하다 보니 한달이 지났다”며 놀라워 했다.
데뷔전 우승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탄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대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본격적으로 미국 본토의 잔디에서 치는 게 아니라 비교적 부담이 적을 뿐이다. 이제 미국 대회가 시작되면 잔디 적응에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지난주 혼다 타일랜드(공동 7위로 마무리) 첫날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호주 대회 우승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몸은 태국에 있고, 마음은 아직도 호주에 있고 그런 상태였다. 안되겠다 싶어서 첫날 경기 마치고 연습도 하지 않은 채 발마사지 받고 쉬었다. 그러고 나니까 좀 안정되더라”며 웃었다.
LPGA투어 데뷔 전 목표를 “1승”으로 밝혔던 고진영은 이미 그 목표를 이뤘다. 다음 목표를 묻자 ‘우승’이라는 단어 대신 “꾸준히 톱20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메이저 대회 욕심이나 우승하고 싶은 특정 대회를 생각할 처지는 아니다. 빨리 적응을 잘 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인터뷰에 응했지만, 고진영은 이미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데뷔전 우승은 물론이고, 우승 후 침착하게 영어 인터뷰도 소화했다. 그는 “통역을 한 번 거치면 내 느낌이 보시는 분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전지훈련 때 사실 인터뷰도 연습을 좀 했다”고 밝혔다.
고진영은 “한국에서부터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 캐디(딘 허든)와 함께라서 코스 매니지먼트, 코스 밖의 일들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며 “작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고진영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올 시즌 LPGA에 진출)에서 함께 플레이했던 엔젤 인(미국)과 친해져서 연습 라운드도 같이 돌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한다”고 웃었다. 데뷔 한달 된 고진영에게 현재 가장 힘든 점을 물었더니 “집에 두고 와서 두 달 동안 못 본 우리 강아지 ‘대박이’가 정말 보고 싶다”고 했다.
JTBC골프는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전 라운드를 생중계한다. 1라운드는 3월1일 낮 12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센토사(싱가포르)=이지연 기자 easygolf@jon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