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개막을 이틀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앨리슨 리. 학업과 골프를 병행한 그는 "대학 졸업 후 골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사진 이지연]
“지난해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다시 골프가 즐거워지고 있어요.”
재미동포 앨리슨 리(23·한국명 이화현)가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앨리슨 리는 24일(한국시간)부터 바하마 파라다이스섬의 파라다이스 골프장 오션 코스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2018 시즌 첫 대회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 출전한다.
2015년 투어에 데뷔한 앨리슨 리는 지난해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다. 22개 대회에 출전해 15번 컷을 통과했지만 톱 10에 한 차례도 들지 못했다. 최고 성적은 마라톤 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17위. 상금랭킹은 86위였다. 루키 해와 2년 차 때 각각 톱 10에 여섯 차례와 다섯 차례 들면서 상금랭킹 20~30위권대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부진으로 비춰질 만한 성적이었다. 앨리슨 리는 “아무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해였다. 내 게임에 실망했고 자신감을 잃었다. 정말 힘든 한해였다”고 했다.
물론 2017년이 힘들었던 한 해였던 것만은 아니다. 미국 서부 명문 UCLA에서 정치 사회학을 전공한 앨리슨 리는 지난해 6월 대학 입학 4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였기에 그만큼 큰 짐을 던 셈이다. 앨리슨 리는 “숙제 때문에 골프 클럽을 전혀 잡지 못한 날도 많았다. 이제 호텔 방에서 더 이상 숙제와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며 “여유는 없었지만 학교 생활을 통해 나는 더 성숙해 졌다. 이제 온전히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기대감이 크다”라고 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코치, 트레이너 등을 모두 바꾼 앨리슨 리는 집도 로스앤젤리스를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이사했다. 앨리슨 리는 “오랜 친구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박인비, 다니엘 강 같은 좋은 이웃이 생겼다”며 “지난 겨울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여행을 갔고, 재충전을 하면서 다시 골프에 대한 열정이 피어난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는 첫 우승이다. 앨리슨 리는 “어떤 대회든지 우승만 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목표를 일단 이루고 싶고, 그게 이번 대회라면 더 좋을 것”이라며 웃었다.
앨리슨 리의 가장 유명한 패배는 지난 2016년 한국에서 열린 하나은행 KEB 챔피언십에서 나왔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앨리슨 리는 한 홀을 앞두고 1타 차 선두였지만 마지막 홀에서 해저드에 샷을 빠뜨리면서 보기를 범했다. 결국 연장전에 끌려 나간 끝에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에게 패했다. 앨리슨 리는 “지금도 그 때의 승부를 생각하면 실망스럽고 아쉬운 감정이 든다. 하지만 나는 부정적인 것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 아니다. 많이 배운 기회였고 분명 성장한 면이 있다. 그 때의 아쉬움을 2018년에는 꼭 풀고 싶다”고 했다.
JTBC골프에서 대회 1~2라운드는 26일 오전 1시 30분부터 생중계한다.
바하마=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