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이 두 번의 눈물을 흘렀지만 안니카 어워드 수상으로 해피엔딩으로 에비앙 챔피언십을 마쳤다. [LPGA 제공]
유소연(27·메디힐)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두 번의 눈물을 흘렸다. 첫 번째 눈물은 사상 초유의 경기 무효 사태로 인한 속상함에서 비롯됐고, 두 번째는 동료 미야자토 아이(32·일본)의 은퇴 연설 때문이었다.
유소연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끝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챔피언을 겨냥했던 유소연은 황당한 무효 사태의 최대 피해자였다.
지난 14일 에비앙 챔피언십 첫 날 라운드는 폭우로 경기가 지연된 끝에 결국 무효로 처리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사상 전례 없는 사태였다. 주최 측은 “경기의 공정함과 안전 문제로 인해 첫 날 경기를 취소하고 54홀 경기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취소 발표 당시 날씨가 개여 충분히 라운드가 가능했던 날씨였음에도 경기를 무효한 탓에 선수들의 반발은 컸다. 일반 대회가 아닌 메이저 대회에서 나온 결정이라 더욱 충격이었다.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만 해도 5개 홀을 소화한 유소연은 2언더파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으로 스코어가 리셋된 뒤에 다시 돌입한 1라운드에서 샷이 흔들리면서 4오버파로 컷 탈락 위기에 처했다. 유소연은 스코어카드 제출 후 셔틀을 타고 드라이빙 레인지로 이동하던 중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유소연은 2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컷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다. 그는 “사실 저한테는 기쁜 결정이 아니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막상 1라운드 경기가 잘 안 되니까 그 상황들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두 번째 눈물은 16일 롤렉스 안니카 어워드 행사장에서 나왔다.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이름을 따 메이저 최고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이라 올해 메이저 우승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유소연은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였다. 그리고 안니카 어워트 포인트에서 78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먼저 메이저 챔피언들의 경기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승자들은 다시 한 번 당시의 영광을 떠올리며 감격스러운 소감들을 전했다. 이후 전 세계랭킹 1위 미야자토 아이의 특별한 은퇴식이 마련됐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미야자토는 에비앙 챔피언십이 자신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다. 2009년 에비앙 마스터스(에비앙 챔피언십의 전신)에서 LPGA 첫 승을 신고했던 미야자토는 “에비앙에서 제 골프인생이 새롭게 시작됐다. 비록 은퇴를 하지만 행복한 기억들을 안고 갈 것이고, 영원히 LPGA투어를 응원할 것”이라며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미야자토와 절친한 사이인 유소연도 함께 울었다. 유소연은 “은퇴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앞으로 투어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속상했다. 이제 골프 인생을 마치고 한 여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인데 항상 응원하겠다”며 “언젠가는 저도 은퇴 후 다른 인생을 설계할 때 미야자토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훌쩍였다.
유소연은 마지막 날 이븐파를 쳐 최종 2오버파 공동 40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해 메이저 우승자들이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도전에 실패하면서 안니카 어워드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 78점을 수확한 유소연은 2015년 박인비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안니카 어워드 수상자가 됐다. 유소연은 “올해 메이저 대회를 열심히 치렀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모든 대회가 숙제지만 메이저 대회는 진정한 도전이라고 말하지 않나. 이 상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의미라서 올해 큰 산을 넘은 듯한 기분”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에비앙=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