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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활짝 연 유소연의 믿음과 긍정의 골프

김두용 기자2017.04.04 오전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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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은 자신의 골프에 대한 강한 믿음을 통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LPGA 제공]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7번 홀(파5).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던 유소연은 그린 에지까지 200야드를 남겨 두고 5번 우드로 2온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샷이 짧아서 벙커 턱에 박혔다. 결국 벙커에서 옆으로 레이업을 해야 했던 유소연은 이 홀에서 보기를 적었다. 반면 공동 선두였던 찰리 헐(잉글랜드)은 버디를 낚았고, 결국 유소연에 2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기자는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장 현장에 있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유소연에게 17번 홀 상황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2온 시도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유소연의 확고함에 깜짝 놀랐다. 유소연은 “다시 그 상황을 맞이 하더라도 똑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5번 우드 거리가 200야드다. 그린 에지까지 200야드였기 때문에 충분히 도달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이어 나온 답변에 다시 한 번 놀랐다. “17번 홀에서 행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 가끔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다른 것을 더 잘하기 위한 밑거름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렇게 유소연은 후회 없이 지난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자신의 골프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더불어 아쉬운 상황임에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하는 마음가짐도 높이 살만했다.

지난해 연말 한국에서 다시 만난 유소연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유연성과 밸런스 강화를 위해 발레를 새롭게 배우고 있다고 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꽃꽂이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유소연의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유소연 밀당론’에 대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골프가 잘 되지 않을 때 골프 외 다른 분야에 집중하면서 골프와 밀당하는 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 선수라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만 꽃꽂이 등 취미생활을 통해 빨리 떨쳐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유소연의 골프가 마침내 활짝 폈다. 유소연은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이후 62경기 만에 들어 올린 우승컵이다. 유소연의 우승 가뭄 탈출은 바로 자신의 골프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됐다. 18번 홀(파5)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 유소연은 2온을 시도했고, 그린 뒤쪽 짧은 러프에 공이 떨어졌다.

정규 마지막 홀인 18번 홀에서도 그렇고 유소연은 과감한 2온 공략을 택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거리가 충분히 핀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자신의 골프와 거리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레이업을 택하거나 핀을 보고 바로 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 번째 샷도 감탄을 자아냈다. 경쟁자인 톰슨이 6m 이상 거리의 어려운 버디 퍼트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유소연은 가까이 붙이기만 하면 우승이 가능했다.



그런데 유소연은 안정보다는 과감하게 칩인 이글을 겨냥했다. 15야드 거리에서 58도 웨지로 홀을 직접 노렸다. 임팩트가 잘 들어갔던 칩샷은 홀컵을 맞을 정도로 정교했다. 확신에 찬 칩샷이었고,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보는 사람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모험적인 샷이기도 했다. 물론 톰슨의 버디 퍼트가 들어갈 수 있는 확률도 있기 때문에 이글을 노린 유소연의 선택을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대회 전 칩샷을 집중 연습하며 감을 끌어올린 것도 유소연의 후회없는 선택을 도왔다.

홀컵을 살짝 맞고 지나간 칩샷은 핀에서 1.5m 옆에 떨어졌다. 짧다고 하면 짧지만 우승에 대한 압박감과 긴장감이 더해져 더없이 긴 퍼트일 수도 있었다. 유소연도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거리의 퍼트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유소연은 이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호수의 여인’이 됐다. 이처럼 유소연의 믿음의 골프가 빛난 연장전 승부는 정말 짜릿하고 통쾌했다.

유소연은 올 시즌 목표로 3승 이상으로 잡을 만큼 스윙 교정 후 자신의 골프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 ‘준우승 징크스’가 길었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는 자신의 기량에 우승에 대한 확신도 선 모습이었다.

올 시즌 전 유소연에게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꾸준한 톱10 유지’와 ‘메이저 우승’ 중 한 가지를 고른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라는 질문이었다. 유소연은 둘 다 중요하지만 메이저 우승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일관성 있는 우승자가 되고 싶다.” 유소연의 바람은 더없이 명쾌했다.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선 유소연은 꾸준한 톱10 유지와 메이저 우승이라는 2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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