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 동안 발레를 배웠던 유소연은 올 시즌 목표를 3승 이상으로 잡았다. [유소연 제공]
‘올 시즌 우승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쟁쟁한 후보들이 있겠지만 유소연(27)도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유소연은 지난해 우승 없이 상금 순위 톱10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준우승 2회를 비롯해 톱10 11회를 기록하며 126만 달러(약 14억8000만 원)를 벌어들였다. 특히 메이저 성적이 빼어났다.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을 포함해 톱11에 모두 들었다. US여자오픈 공동 11위가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유소연은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후 우승컵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견고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5경기 연속 컷 통과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유소연은 최근 JTBC골프와 인터뷰에서 “올해 3승 이상을 거두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LPGA투어 통산 3승을 거두고 있는 유소연은 지금껏 다승을 기록한 시즌이 없다. 그는 “한 시즌에 2승 이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욕심이 난다. 지난해 바꾼 스윙으로 안정감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된다”라고 밝혔다.
유소연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꾸준한 톱10 유지’와 ‘메이저 우승’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유소연은 “어렵다”며 머뭇거렸다. 결국 그는 “친한 친구들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어려운 고민인데 2011년 US여자오픈 이후 우승이 없기 때문에 메이저 우승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에서도 유소연은 ‘일관성 있는 선수’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유소연은 이제 ‘일관성 있는 우승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유소연은 미국 출국 전까지 한국에서 ‘발레 교습’을 받았다. 바이올린과 꽃꽂이 등 다방면에 능하다고 하지만 발레 교습은 의외였다. 그는 “지인 추천으로 시작했는데 신체 밸런스를 맞추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주로 스트레칭을 많이 했는데 그 동안 쓰지 않았던 잔근육 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소연은 어렸을 때 발레를 잠깐 배운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턴 동작 단계 직전까지 교습을 받았다고 한다.
한 마리 학처럼 다리를 봉에 올린 채 우아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발레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유소연은 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 당시 실시된 설문에서 '기자들이 뽑은 가장 우아한 선수'로 선정된 적도 있다. 유소연은 시즌 중에도 틈틈이 배웠던 발레 동작을 통해 몸의 밸런스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발레는 겉보기에는 골프와 무관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몸의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좋은 운동이 될 수도 있다. 요즘 골퍼들이 필라테스 등의 코어 운동을 통해 밸런스 강화에 힘쓰고 있는데 발레도 좋은 대안이다.
안니카 소렌스탐과 에리야 쭈타누깐 등의 멘털 코치를 담당한 비전54 팀은 ‘감정 컨트롤’을 골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비전54 팀은 순간순간 발생하는 감정으로 스윙 메커니즘이 흐트러져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주시했다. 그래서 순간순간 일어나는 감정을 제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멘털 트레이닝도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유소연은 감성을 요구하는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악기는 물론이고 발레, 꽃꽂이 등을 하며 감정을 제어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감정 제어의 일환으로 ‘골프와 밀당’을 즐긴다고 했다. ‘밀당’은 연인들이 주로 연애할 때 쓰는 기술 중 하나인 밀고 당기는 것을 의미한다. 유소연은 “골프가 잘 되지 않을 때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편이다. 예전에는 잘 되지 않으면 더 파고들었는데 그럴수록 수렁에 빠진 기억이 있다”며 “골프 외 다른 분야에 집중하면서 골프와 밀당하는 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만 꽃꽂이 등을 하며 빨리 떨쳐내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승부사’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는 유소연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다. 그래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2016년 LPGA투어 우승자의 평균 연령은 22.3세에 불과했다. 무게중심이 점점 어린 선수에게 옮겨지고 있다는 것을 유소연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후배와 경쟁에서 이길 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계발에 게으름이 없는 유소연은 스스로 “행복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유소연은 새해 첫 날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남산으로 일출을 보러 갔다고 했다. 정유년 새해 기운을 가득 안고 미국으로 떠난 유소연은 “부족한 쇼트 게임 훈련에 매진하겠다. 특히 퍼트에 집중할 것"이라며 똑 부러지게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