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은 지난 10일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카메론 맥코믹 코치와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유소연은 누구보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대한 우승 열망이 강하다. 소속사가 주최하는 대회이기도 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해 꼭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달 25일 유소연의 외할머니는 갑자기 쓰러진 뒤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3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유소연은 출전을 취소하고 외할머니의 빈소를 지켰다. 유소연은 11일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할머니 얘기가 나오자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는 “태어났을 때 할머니는 외할머니뿐이었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과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이 달라서 힘들었던 것 같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주로 미국 무대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게 끝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유소연은 “우승하면 가장 기뻐해주시는 분이 할머니였다.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셨다”며 “다시 우승한다면 가장 생각날 사람이 할머니다. 이번 대회를 잘 치러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기쁨을 전하고 싶고, 슬퍼하고 있는 가족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 대회를 앞두고 든든한 지원군이 도착해 유소연은 우승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불태우고 있다. 조던 스피스(미국)의 코치이기도 한 카메론 맥코믹(미국)은 지난 10일 입국해 유소연의 스윙 등을 점검해주고 있다. 올 시즌을 대비하면서 코치를 바꾸며 스윙을 교정했던 유소연은 목표로 했던 올림픽 출전에 실패하고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우승은 없지만 점점 단단해지고 제 게임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 유소연은 올 시즌 메이저 5개 대회에서 톱10 4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대회에 강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꾸준함이 강점이지만 유소연은 지금까지 이 대회에 5번 출전해 2012년 7위가 유일한 톱10 기록으로 남아 있다. 유소연은 “사실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이기도 하고 준비도 많이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맥고믹 코치와 함께 부담감을 극복하고 결실을 맺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만에서 9일 밤에 도착했지만 다음 날에도 땅거미가 내려앉아 어둑해진 오후 6시20분까지 코스를 돌며 훈련에 집중했다. 유소연은 “이 코스는 어프로치가 특히 어려웠던 것 같다. 코치와 함께 어프로치 샷에 대한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샷감이 좋은 편이라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크다. 그는 “퍼팅만 잘 된다면 우승을 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유소연은 현재 세계랭킹 12위다. 지난 3년 간 세계랭킹 톱10을 유지했지만 최근 우승이 없어 재진입을 못하고 있다. 세계랭킹 톱10도 중요하지만 유소연은 더 큰 목표가 있다. 그는 “사실 세계랭킹 1위가 아니면 다른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가 최종 목표라는 의미다. 유소연이 스윙코치를 바꾼 것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였다.
유소연은 L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승 가뭄을 해소하고 큰 목표를 향한 당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