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석권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성공했고, 2016년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했다. [골프파일]
‘골프 여제’ 박인비는 한국을 넘어 세계여자골프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열 살 때 할아버지 권유로 클럽을 잡은 박인비는 2년 뒤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골프 선수의 길을 걸었다. 일찍이 재능을 드러낸 박인비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2002년 US 걸스 주니어 대회를 석권했고, 2003년 US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4강에 올랐다. 16세인 2004년에 US여자오픈에 출전하기도 했다.
2006년 고등학교에 졸업한 뒤 프로 전향을 택했다. 나이 제한에 막혀 LPGA 투어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 박인비는 2부인 퓨처스 투어에서 활약했다. 그해 톱10 11번을 기록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고 상금랭킹 3위로 2007년 LPGA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2007년 LPGA 투어 첫 시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최고 성적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상금랭킹 37위에 오르는 등 무난한 해를 보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마침내 첫 승을 기록했다. 박인비는 첫 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고, 19세11개월로 이 대회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8년 상금랭킹 8위에 오른 박인비의 앞날은 밝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박인비는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2009년 상금랭킹은 50위까지 떨어졌다. 흔들렸던 박인비를 잡아준 건 지금의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 프로였다. 남기협 프로의 도움으로 다시 자신감을 찾은 박인비는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4년1개월 만에 LPGA 투어 2승째를 챙겼다. 우승 물꼬를 다시 튼 박인비는 그해 10월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며 한국 자매의 에이스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해 우승 2회, 준우승 6회 등으로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2013년 박인비는 최고의 해를 보냈다.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에리야 쭈타누깐의 마지막홀 트리플 보기로 행운의 우승컵을 차지한 박인비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4월 시즌 첫 메이저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을 석권하며 '호수의 여인'이 됐다. 그리고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 등극에도 성공했다. 이후 노스 텍사스 슛아웃,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아칸소 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제패했다. 특히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한 시즌 메이저 3연승에 성공하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메이저 퀸’으로 떠오른 박인비는 캘린더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겨냥했다. 하지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는 아쉽게 공동 42위에 머물러 기록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2년 연속으로 상금퀸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6승 이후에도 박인비는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나갔다. 2014년 메이저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2연패에 성공했고,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과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추가했다. 박인비는 루이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빅3’ 구도를 형성하며 레이스를 주도했다.
2015년에도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최대 강점인 ‘컴퓨터 퍼트’에 롱게임마저 향상된 박인비는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72홀 노보기라는 ‘퍼펙트 우승’을 완성했다. 컨디션이 좋았던 박인비는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3연패에 성공한 뒤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마저 정복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박인비는 LPGA 통산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골프 영웅’ 박세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박인비가 해냈다. 그리고 3년 동안 무려 메이저 6승을 추가한 박인비는 박세리의 아시아 최다 메이저 우승(5승) 기록도 넘어섰다.
박인비는 2015년 5승을 수확하며, 2013년 6승에 버금갈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세계랭킹 1위 자리는 리디아 고에게 빼앗겼지만 박인비는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거머쥐며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 27점을 모두 채웠다.
명예의 전당 입회를 위해서 ‘LPGA 10시즌 활약’만 남겨뒀다. 박인비는 올해 손가락 부상 암초를 만났다. 그러나 경기 중 기권을 하더라도 1라운드를 마치며 출전 경기 수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10일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올 시즌 10경기째를 소화하면 역사적인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됐다.
◇숫자로 보는 박인비의 발자취
1 : 한국인 최초 LPGA투어 역대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2015년), 한국 선수 최초 올해의 선수상(2013년)
2 : 박세리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3 : 단일 메이저 최다 연속 우승 타이 기록,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63년 만에 메이저 3연승
6 : 한 시즌 개인 최다승(2013년)
7 : 메이저 우승 수(아시아 선수 최다승), ANA 인스퍼레이션-브리티시여자오픈 각 1회, US여자오픈 2회, 여자 PGA 챔피언십 3회
17 : LPGA 투어 역대 승수
23 : 자신의 최소타 우승 기록(2014년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25 : 역대 25번째로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27 :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
92 : 세계랭킹 1위 오른 기간 92주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