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레코드이자 본인의 커리어 최소타 기록 9언더파를 적어 낸 아리야 주타누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의 날이었다. 주타누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또 한번 우승 기회를 맞았다.
8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바마주 프래트빌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RTJ) 골프트래일 캐피털 힐 세니터 코스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 주타누간은 버디를 10개나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으면서 무려 9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4언더파로 2위 라이언 오툴(미국), 이민지(호주)에 3타 차 단독 선두다.
주타누간은 아직 LPGA투어 우승이 없다. 주타누간 뿐 아니라 미국 무대에서 태국 선수의 우승은 아직까지 없다. 주타누간은 이번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 최종라운드 마지막 3홀을 남기고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에 2타 차 선두였다. 커리어 첫 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날 퍼트감이 좋아 우승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그러나 치명적인 실수가 연달아 나왔다. 퍼트는 흔들렸고, 점점 불안해지던 티샷은 결국 벙커와 워터 해저드로 날아갔다. 남은 3개 홀에서 3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주타누간은 담담한 듯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에도 혼다 타일랜드에서도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로 박인비에게 역전패 당한 기억이 있다. 당시 주타누간은 언니 모리야를 안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스코어만 본다면 이번 대회 우승 전망은 밝다.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9언더파의 맹타를 휘두른 건 마지막 날 경기에도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후반 9개 홀에서 무려 8개의 버디를 뽑아냈다. 9언더파는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인 동시에 주타누간의 커리어 최소타 기록이다.
LPGA투어 최고의 장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주타누간은 이날도 평균 284.5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뽐냈고, 페어웨이도 2번 밖에 놓치지 않았다. 그린 적중률 83%, 퍼트 수 26개의 완벽한 라운드였다.
그러나 골프는 멘털 스포츠다. 주타누간에게 지난 2번의 역전패는 씻을 수 없는 상처다. 최종라운드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지난 악몽들이 되살아 날 수 있다.
경기를 마친 주타누간은 “4라운드는 재미있을 것 같다. 즐기겠다”고 했다. 주타누간은 이날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는 듯 3라운드 경기 직후 드라이버 샷을 연습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타누간은 만 20살의 어린 선수다. 지난 트라우마를 씻고 첫 승을 거둔다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JTBC골프에서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를 9일 오전 3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