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는 한국적인 멋을 지닌 부채를 통해 LPGA 투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표출하려 한다. [고성진 사진작가]
장하나 하면 ‘장타’를 빼놓을 수 없다. ‘장타 소녀’ 별명은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다. 초등학교 때 이미 260야드를 날릴 정도로 장타자로 명성을 얻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장하나의 장타에 반할 정도였다. 장하나는 2002년 제주도에서 열린 스킨스게임을 하기 위해 초청된 우즈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당시 유망주로 뽑혀 우즈에게 특별 레슨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장하나는 우즈 앞에서도 장타를 펑펑 때려내 칭찬을 받았다. 장하나의 장래성을 눈 여겨 봤던 우즈의 에이전시가 미국 진출을 권할 정도였다. 장하나는 “미국행을 제안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안 가길 정말 잘했다. 만약 그때 미국에 갔다면 지금의 장하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장하나는 미국에 조기 진출했다면 자신의 성격상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격한 틀에서 훈련하는 한국이 아니라 개방적인 스타일의 미국에서는 연습에 충실하지 못하고 한 눈을 팔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우즈는 다시 한 번 꼭 만나고 싶단다. 장하나는 “다시 만나면 그때 얘기를 해보고 싶다. 또 지금 우즈에게 ‘네잎클로버’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주니어 시절 장하나는 대회 도중 네잎클로버를 찾는 순수한 모습이 방송에 잡혀 ‘네잎클로버 소녀’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장하나는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몰락한 골프 황제 우즈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다.
장하나는 올 겨울 하체 단련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막판 스윙이 무너졌던 게 하체 때문이라고 진단해서다. 그는 “트레이너와 함께 코어 트레이닝 등으로 안쪽 근육을 단단하게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하체 근력을 10~15% 정도 늘린 것 같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이제 80% 힘으로도 260야드의 장타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장하나는 올해 힘을 빼고도 평균 260야드의 드라이브 샷 거리를 보이고 있고, 76%가 넘는 드라이버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4월 중순에는 아이언을 바꿨다. 쇼트 게임감이 좋지 않아 클럽을 교체했는데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에서 곧바로 톱10에 진입하며 효과를 봤다. 장하나는 “아이언이 다소 흔들렸는데 점차 돌아오고 있다. 어떤 거리든 다 자신 있는 편”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LPGA 투어의 고참들은 거침없는 성격인 장하나가 낯선 미국의 환경과 문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루키라고 입을 모은다. 파란 눈의 외국 선수에게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영어를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거리낌 없이 대화를 한다. 장하나는 “캐서린 커크, 크리스티나 김 언니 등과 친해졌다. 언어와 문화 차이 탓에 실수를 하더라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미안 처음 하는 거라서’라고 얘기하면 상대방도 이해해주더라”고 자신만의 적응 방식을 털어놓기도 했다.
장하나는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를 비우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볼에 섬세하게 그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보면 겉모습과는 다른 여성적인 매력도 느껴진다. 장하나가 그린 캐릭터 공은 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한국적인 멋을 지닌 부채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장하나는 “시간이 나면 부채에 네잎클로버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을 그리고 있다. 부채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장하나는 더위에 약하다. 6월이 되면 미국의 햇볕은 더 강해진다. 그러나 두려움은 전혀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장하나만의 힘찬 파이팅으로 맞설 계획이다. 장하나는 “조금씩 입질이 온다. 곧 대어가 잡힐 것”이라고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