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골프장 구분에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린피가 높아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비회원제 골프장이 전국 14개소로 전체 대중형 골프장의 5.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14일 발표한 ‘비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급등한 골프장 이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도한 정부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정부에서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을 대중형과 비회원제로 나눠 세금 규정을 달리했고 지난 7월부터 과세하고 있으나 그린피 기준이 모호해 정책 효과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레저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운영되는 골프장은 수도권 4개소, 강원도 7개소, 전남 2개소, 경남 1개소로 18홀 이상 대중 골프장 253개소의 5.5%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대중제 골프장들의 그린피가 급등해 원성이 자자했는데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서천범 연구소장은 비회원제와 대중형을 구분하는 정부의 그린피 기준이 ‘최고 그린피’가 아닌 ‘평균 그린피’를 적용했다는 데서 찾았다. 지난해말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비회원제 기준 그린피를 최고치가 아닌 평균치를 적용하도록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서 소장 ‘평균 그린피’의 함정을 많은 골프장들이 역이용했다고 분석했다. “하루에도 최소 4개에서 최대 10개의 다른 그린피 가격대가 존재하는데 이 경우 평균치를 어떻게 정할지가 의문시된다. 하루 4~10개의 그린피를 단순 평균치로 적용할지 아니면 이용객수를 감안해 가중평균치로 적용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기준 그린피를 최고 가격이 아닌 평균치를 적용하면서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상한을 초과하는 대중형 골프장들이 수도권에 9개소, 강원 1개소, 충북 3개소에 그친다. 하지만 수도권 A 골프장의 지난 10월 최고 그린피는 주중 25만원, 주말 30만원으로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상한을 크게 초과했다.
충북 B 골프장의 최고 그린피는 주중 27만 9천원, 주말 30만 9천원을 받았다. 소위 ‘대중형’으로 규정된 골프장들은 새벽이나 야간 그린피를 아주 싸게 책정해서 평균 그린피를 맞추려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서 소장은 “이들 대중형 골프장들은 세금감면 혜택을 누리지만 관리 감독하는 지자체들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단속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비회원제 골프장을 신설한 것은 비싼 그린피를 받는 대중골프장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동시에, 그린피 폭등으로 야기된 560만 골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체부 규제개혁위원회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조치를 취하면서 골퍼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고 정부 시책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서 소장은 “정책의 효과를 위해서는 체육시설법을 개정해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상한을 4~6월과 9~11월의 평균 그린피가 아닌 연중 최고 그린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경우 지자체들이 골프장들을 쉽게 관리 감독할 수 있고 세금감면 혜택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 골프장들이 그린피도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30일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상한을 주중 18만8천원, 주말 24만7천원으로 고시했다. 이에 따르면 대중형 골프장으로 등록하고자 하는 골프사업자는 이용요금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4~6월, 9~11월의 평균 그린피가 정부가 제시한 상한 그린피를 넘지 않아야 등록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를 초과하는 비회원제 골프장은 지난 7월부터 개별소비세를 이용객 1인당 2만1120원 부과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더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비회원제 골프장은 세금 부담을 감안해 그린피를 더 올렸다. 그린피를 낮추려고 실시한 정책이 되려 그린피를 올린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14곳에 불과한 비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지난 10월 주중 28만7천원, 주말 34만1천원으로 지난 5월보다 주중 13.6%, 주말 12.0% 인상되었는데, 대중형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보다 12만원 정도 비싸고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보다는 8만원 정도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