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사진=KPGA]
지난주말 끝난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김주형의 이른바 ‘라커 문짝 부순 사건’이 월요일 하루를 후끈 달궜다. 이틀째는 급기야 미국 주력 골프 미디어들도 일제히 김주형의 라커 이슈를 다뤘다.
안병훈과의 연장전에서 패하고 라커룸으로 돌아온 김주형이 문을 세게 열다가 떨어졌다는 문짝은 수많은 기사를 낳았다. 사실을 다시 확인하면 문짝을 손이나 발로 쳐서 박살낸 것이 아니고 세게 열다가 문짝이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뉴스가 전파, 확산되는 과정은 묘했다.
애초 기사가 난 건 28일 새벽 1시29분 국민일보였고, 아침 7시39분에 연합뉴스에서 같은 사진을 쓴 기사가 나왔다. 둘다 ‘독자 제공’으로 되어 있었다. 두 명의 기자를 알고 있는 동일인 독자가 제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내용에서는 ‘대회를 주관한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는 먼저 잭 니클라우스코리아골프클럽에 파손된 문짝 수리 비용을 내고 추후 김주형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어진 후속 보도의 다른 매체들은 대체로 연합뉴스의 사진을 인용했다. 대체로 비난이 주류를 이뤘다.
그렇다면 과연 그 독자는 어떤 사람일까? 일반인은 클럽하우스 라커룸에 진입할 수 없다.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대회 기간에는 회원이라도 클럽하우스에 들어갈 수 없다. 라커룸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선수와 캐디들, 주관사인 DP월드투어나 KPGA투어 직원 혹은 대회 스폰서 관계자에 국한된다.
김주형의 라커
김희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 지배인의 설명에 따르면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 시간대를 짐작할 수 있다. “KPGA에서 김주형의 라커룸 파손 관련 내용을 듣고 직원들과 함께 가서 확인했다. 우선 이름표부터 다 떼라고 했다. 누가 그랬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문제 해결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진이 찍힌 시간대는 골프장 직원들이 라커룸에 도달하기 전이다.
프라이빗 회원제 코스인 이 골프장의 라커룸은 고급이다. 문짝도 소리가 안나게 조용히 여닫는 구조다. 따라서 강한 힘으로 문을 세게 열다 경첩 나사가 떨어지면서 문짝이 내려앉았다. 그 뒤로 김주형 측은 이 사실을 KPGA에 즉각 알렸고(오후 5시18분) 배상도 공지했다. 하지만 ‘연장전에 패한 김주형이 화가 나 문을 부쉈다’는 자극적인 뉴스는 이틀째 골프계를 달구고 있다.
누가 사진을 유통시켰는지 알 수 없지만 KPGA는 오전 10시58분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주형 선수와 관련한 사건에 대한 상벌위원회 개최는 현재 계획 없다’고 알렸다. KPGA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상벌위나 구상권 얘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둔 것이다. 문짝은 나사를 끼워 다시 부착했으니 인건비 정도가 들었다.
대체 어떤 독자가 이 사진을 미디어에 유통시켰을까? 여러 관계자들에게 물어봐도 모르쇠다. 김주형을 싫어하거나 사이가 틀어진 누군가일 거란 짐작이 가능하다. 떨어진 문짝 사진을 누군가 단순히 찍었다면 그게 김주형이 파손했다는 건 단순 추측이었을까 팩트에 근거한 확신이었을까? 라커 사진만으로는 이름을 찾으려 해도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게 희미하다.
김주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고 이 뉴스는 전 세계에 퍼졌다. 누군가의 사진 전파로 한 선수가 라커룸에서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까지 비판받아야 할까? 라커룸은 공공장소인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 소동 속에서 골퍼가 얻어야 할 교훈은? 라커 문은 살살 닫으라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