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손목 통증에도, 대회 초반 부진에도 고진영(26)은 끄떡 없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2연패에 성공하면서 '끝판왕'의 면모를 보였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로 9타를 줄여 합계 23언더파로 하타오카 나사(일본·22언더파)를 1타 차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달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1달 만에 또 우승을 추가한 고진영은 시즌 5승, LPGA 투어 개인 통산 12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 대회 정상에 오른 그는 여자 골프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약 17억8500만원)를 가져갔다. 또 올해의 선수, 상금왕 등 각종 개인 타이틀을 모두 휩쓸었다.
고진영은 많은 걸 이겨낸 값진 우승이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 전부터 넬리 코다(미국)와 개인 타이틀 경쟁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연히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지난 봄부터 이어온 왼 손목 통증 때문에 이번 대회 내내 이를 이겨내야 했다. 대회 첫날 고진영은 공동 25위로 출발해 대회 전망이 썩 밝지 않았다.
그래도 고진영은 어려울 때 저력을 발휘했다. 셋째날엔 7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로 마침내 뛰어올랐다. 이어 최종일엔 긴 거리 버디 퍼트를 쏙쏙 집어넣으면서 보기 없이 버디 9개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최종 라운드에서 고진영은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 모두 100%를 기록했다. 하타오카 나사, 넬리 코다가 추격했지만 고진영을 도저히 꺾을 수 없었다. 그렇게 고진영은 지난해에 이어 또한번 시즌 최종전 '끝판'을 우승하면서, 올 시즌 모든 걸 다 가져갔다.
고진영은 경기 후 겸손한 소감으로 우승을 자축했다. 그는 "손목 통증으로 연습을 많이 못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한 주를 보냈다"면서 "(시즌 개인 타이틀 경쟁을 펼친) 넬리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