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라운드에서 경기하고 있는 이민지(왼쪽)와 양희영. 22언더파를 기록한 양희영은 이민지의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쳤다.
양희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골프장(파72ㆍ657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공동 선두로 출발한 양희영은 버디 9개와 보기 2개로 7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22언더파로 '호주 동포' 이민지의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쳤다.
짜릿한 승부였다. 양희영은 첫 홀인 1번 홀(파5)에서 버디로 출발했지만 어려운 홀인 3번 홀(파4)에서 보기를 했다. 그러나 첫 보기 뒤 4번 홀(파3)에서 7m 가량의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4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양희영은 5번 홀부터 7번 홀까지 3m 안팎의 버디 퍼트를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8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1m에 붙여 다시 버디. 5개 홀 연속 버디를 잡은 양희영은 20언더파 고지에 올라섰고 3타 차 선두로 우승을 향해 순항했다.
그러나 9번 홀(파4)에서 1.5m 버디를 놓친 뒤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10번 홀(파5)에서는 투온 성공 뒤 1.5m 버디 퍼트를 남긴 상황에서 번개주의보로 경기가 1시간여 중단됐다.
경기 중단은 플레이 흐름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1시간을 쉬고 나온 양희영은 10번 홀 버디로 시작했지만 이후 버디를 추가하지 못했다. 11번 홀(파4)에서 투 온에 실패한 뒤 3m 파 퍼트를 성공시켜 가슴을 쓸어냈다. 결국 양희영은 어려운 14번 홀(파4)에서 투 온에 실패한 뒤 어프로치 샷 실수가 나와 두 번째 보기를 했다.
양희영이 주춤하는 사이 동반 플레이를 한 이민지는 같은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20언더파 동타가 됐다. 최종 라운드에서만 이글 2개와 버디 5개로 9타를 줄인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도 20언더파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투어 11년차' 양희영의 관록은 마지막 3개 홀에서 빛났다. 양희영은 어려운 16번 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프린지에서 시도한 7m 가량의 버디를 성공시키며 다시 단독 선두로 나섰다. 홀컵을 반바퀴 정도 구르고 홀에 떨어진 아찔한 버디였다.
1타 차 선두로 맞은 18번 홀(파5)에서는 이민지보다 먼저 두 번째 샷을 시도해 공을 그린 우측 프린지에 떨어뜨리면서 기선을 잡았다. 이민지는 이에 뒤질새라 그린 우측으로 투 온을 시키며 이글 기회를 잡았지만, 양희영은 프린지에서 친 이글 퍼트를 홀에 붙여 버디를 추가하며 22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이글을 해야만 연장전 합류가 가능했던 이민지의 회심의 퍼트는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서며 버디에 그쳤다.
2015년과 2017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양희영은 홀수 해 우승 바통을 이어가며 이 대회에서만 3승을 챙겼다. 통산 4승 째다.
양희영의 우승 스코어는 2017년의 우승 스코어와 똑같다. 다른 게 있다면 2017년에는 유소연에게 5타 차 완승을 거둔 반면, 올해는 이민지에게 1타 차 진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경기를 마친 양희영은 최종 라운드의 압박감을 비로소 벗은 듯 환한 미소 속에 축하를 받았다. 양희영은 "마지막 3개 홀은 정말 긴장이 됐다. 마무리를 잘 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유독 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양희영은 "이 코스를 좋아하고, 이 대회를 즐긴다. 이 대회에 돌아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시간다가 20언더파 단독 3위, 옆구리 통증을 안고 경기한 신지은은 17언더파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개막전 우승자인 맏언니 지은희는 후반 추격전을 벌이며 16언더파 5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태국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우승을 노렸지만 10언더파 14위에 그쳤다. 세계랭킹 2위 박성현은 7언더파 공동 21위, 세계랭킹 3위 유소연은 고진영과 함께 5언더파 공동 29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