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슨이 지난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눈물을 머금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작년에 경기를 마치고 미친 듯이 울었다. 하지만 팬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꼭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렉시 톰슨(미국)이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하는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톰슨은 이 대회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다 3라운드 오소플레이를 지적한 시청자의 제보로 벌타를 받고 우승을 놓쳤다. 3라운드 17번 홀에서 파 퍼트를 앞두고 공을 마크했다가 다시 놓는 과정에서 원래의 위치가 아닌 다른 지점에 놓은 실수였다. 오소플레이 2벌타와 스코어오기 2벌타로 총 4벌타를 받았다. 이로 인해 톰슨은 연장 승부를 허용한 끝에 유소연에게 우승을 내줘야 했다.
톰슨은 28일 "지난해 선수 생활 중 가장 좋은 플레이를 펼쳤지만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면서 “4벌타 얘기를 들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 소식을 접한 뒤로 눈물을 머금고 모든 샷을 했다. 힘들었지만 팬들을 위해 끝까지 플레이를 마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날 심정에 대해선 “경기가 끝난 밤에 미친 듯이 울었을 만큼 힘들었다. 지금도 그때 일로 인해 악몽을 꾸곤 한다”면서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악몽의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들의 응원이었다. 그는 “내 뒤에 팬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겨낼 수 있었다. 지난해 시간을 통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깨달았고, 긍정적인 태도로 게임을 꾸려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톰슨은 ANA 인스퍼레이션이 끝난 후 자신의 두 번째 경기였던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상처를 훌훌 털고 일어섰다.
벌타 논란 이후 시청자 제보를 제한하는 일명 ’렉시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 규칙은 올해부터 적용돼 시행 중이다. 톰슨은 “내가 규칙을 바꿨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톰슨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2014년 우승을 비롯해 2015년 7위, 2016년 5위를 차지했을 만큼 코스와 궁합이 좋다. 이에 대해 톰슨은 “좋은 마음으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어 행복하다. 란초미라지 미션힐스 코스는 장타자에게 유리해서 나와 잘 맞는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톰슨은 올해 혼다 LPGA 타일랜드에 공동 2위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기아 클래식에선 공동 58위로 주춤했다. 톰슨은 “최근 4경기 중 2경기가 좋았고, 2경기가 나빴지만 지금 실력은 단단하게 다져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톰슨은 재미동포 미셸 위와 30일 1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JTBC골프는 ANA 인스퍼레이션 1라운드를 30일 오전 1시부터 생중계한다.
정두용 기자 jung.du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