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클래식에서 우승한 지은희가 14번 홀 홀인원 부상으로 받는 기아차 소렌토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야죠."
기아 클래식에서 우승한 '맏언니' 지은희의 각오다. 지은희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기아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16언더파로 크리스티 커(미국) 등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 이후 5개월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지은희는 "오늘 샷감이 좋았고, 퍼팅도 잘 들어갔다"며 "다음 주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을 얻게 돼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의 결정적 순간은 파3, 14번 홀이었다. 166야드를 남기고 7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홀 바로 앞에 떨어져 홀 안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커에 3타 차로 앞서 여유를 갖게 된 지은희는 이후 보기 2개를 했지만 2타 차 여유로운 우승을 차지했다. 지은희는 “어제처럼 바람이 없었던 상황이었고, 같은 클럽으로 공을 쳤는데 잘 맞았다”며 “옆에 있던 리젯 살라트가 ‘들어가라’고 소리쳤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공이 들어간 순간에 정말로 흥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은희는 우승 상금으로 27만달러(약 2억9000만원)를 받았다. 우승자 부상인 신형 스포츠 세단 스팅어와 홀인원 부상으로 걸린 소렌토도 차지했다. 상금과 부상을 합쳐 이날 약 3억80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경기 직후 "이번 대회에서 자동차 2대를 받는 걸 아느냐"는 방송 캐스터의 질문을 받은 지은희는 "오! 정말요?"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캐스터가 부상으로 받은 차 중 한 대를 캐디에게 줄 생각이 없냐고 묻자 “모르는 일이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캐디와의 각별한 사이를 알고, 건넨 캐스터의 농담에 재치있게 대답한 것.
지난해 10월 중순 스윙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지은희는 “지난 겨울에도 스윙 교정에 공을 들였다”며 “특히 아이언 샷의 정교함을 위한 훈련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지은희는 최종 라운드에서 그린적중율 100%(18/18)을 기록했다.
1986년생으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맏언니인 지은희는 "후배들이 잘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자극을 받는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오는 30일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하는 지은희는 “지금 스윙 감이 좋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종 목표에 대해선 “세계 1위”라며 밝게 웃었다.
정두용 기자 jung.du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