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이 지난 22일 팬미팅을 열었다. [볼빅 제공]
"제가 가장 열심히 사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교생 실습을 다녀온 최운정의 소감이다. 최운정은 지난 11월 13일부터 12월 8일까지 대구 영신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마쳤다. 교생 실습 기간이 겹쳐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최운정은 "아침 8시 전에 등교해서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면 밤 11시가 다 된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정말 열심히 생활한다.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 달 간의 짧은 실습이었지만 최운정은 "선생님이라는 꿈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선생님을 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날에는 학생들이 이벤트를 해줬는데 엄청 울었다"고 덧붙였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털어놓았다. 최운정은 "선생님으로 갔기 때문에 소개할 때 골프 선수라는 얘기를 아예 안했다.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을 통해서 입소문을 타게 됐고, 2주째부터는 거의 어딜 가나 사인회였다. 부모님 골프 모자, 골프공 등 별의 별 것들을 다 가지고 왔다"며 웃었다.
올해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졸업반이었던 최운정은 시즌 중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최운정은 "투어가 없을 때에는 한국에 와서 학교를 다녔다. 한 번도 안 해본 수영도 해봤다. 내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한 해"라며 "그래도 많은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최운정은 올 시즌 자신에게 80점을 줬다. 최운정은 "나쁜 시즌은 아니었다. 학업에 많이 신경을 썼는데 그럼에도 잘 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메이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운정은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해 3위로 대회를 마치며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최운정은 "KPMG 대회는 감이 가장 좋았던 경기였다. 한 편으로는 가장 아쉬운 경기도 하다. 미스샷이 한 번 나오니까 멘탈이 흔들렸다.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볼빅 챔피언십도 최운정에게는 뜻깊은 대회였다. "볼빅 대회는 아빠가 다시 백을 메주신 첫 경기였다.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아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는데 아빠랑 하니까 잘 풀렸다"며 "내년에는 많으면 절반 정도 아빠가 캐디를 해주실 것 같다. 아빠가 내년에 환갑이라 나이도 고려해야 하고, 나도 이제 홀로 설 준비를 조금씩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운정과 아버지 최지연씨는 최고의 단짝이다. 지난 2015년 마라톤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합작하기도 했다. 최운정은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상관없는데 잘 안될 때 일반 캐디와 아빠랑 차이가 난다. 아빠와 함께 하는게 익숙하고 편하다. 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운정은 26일 전지훈련을 떠난다. 크리스마스에는 친구와 함께 농구를 보러 갈 예정이다. 최운정은 "학교 동기가 이번에 프로 선수로 데뷔하게 돼 응원하러 간다. 농구도 원래 좋아한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전지훈련에서 가장 집중할 부분은 '비거리'. 최운정은 "비거리가 다른 선수들 보다 짧은게 고민이었는데 비거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2018년 목표도 '비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비거리가 늘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것 같다"고 목표를 밝혔다.
한편 지난 22일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최운정의 팬미팅이 열렸다. 지난해 팬클럽 창단식을 연 최운정은 "팬 분들께서 함께 모이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자고 하셔서 작년에 팬클럽을 창단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팬미팅을 연 것은 두 번째"라고 얘기했다. 최운정은 40여 명의 팬들과 함께 송년회를 만끽했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