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똑 같이 벙커에 공이 빠졌지만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던 리디아 고(왼쪽)와 전인지.
리디아 고와 전인지의 마지막 홀 희비가 엇갈렸다.
1년 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18번 홀에서 전인지는 웃고 리디아 고는 울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찾은 최종전 코스 18번 홀에서는 둘의 운명이 뒤바뀌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 골드코스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다. 파72 전장 6556야드 코스로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이 설계한 코스다. 그 중 18번 홀은 가장 아름답지만 어려운 홀로 꼽힌다. 전장 425야드로 파4 홀 중에 가장 길고, 왼쪽에는 워터해저드가 길게 늘어져 있다. 티샷과 세컨드 샷을 할 때 워터해저드에 공을 빠트릴 위험 요소가 있다. 특히 세컨드 샷을 할 때 핀 위치에 따라서 워터해저드를 가로질러 그린을 공략하는 경우가 생겨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2016년 골드코스 18번 홀에서 벌이진 극적인 드라마가 관심을 끌었다. 전인지는 이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평균 타수 레이스를 뒤집고 최저타수상을 거머쥐었다. 17번 홀까지 전인지와 리디아 고의 시즌 평균 타수는 0.001타였다. 전인지가 근소하게 뒤져 있었는데 마지막 홀에서 2.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환하게 웃었다. 반면 리디아 고도 세컨드 샷을 잘 했지만 4m 버디 퍼트를 아쉽게 놓쳐 시즌 내내 지켜왔던 1위 자리를 마지막 한 홀에서 빼앗겼다. 최종 평균 타수는 전인지 69.583타, 리디아 고 69.596타로 0.013타 차였다.
17일 18번 홀에서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다. 리디아 고와 전인지는 이번에는 동반 라운드를 펼치진 않았지만 똑같이 벙커에 빠졌다. 리디아 고가 먼저 18번 홀에 도달했다. 힘겹게 그린 근처까지 갔던 리디아 고는 보기 위기를 맞았다. 세 번째 샷이 그린 우측 벙커에 빠졌다. 벙커 턱이 꽤 높아 잘 하면 보기고 더블 보기까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15m 거리에서 시도한 리디아 고의 벙커샷이 거짓말처럼 홀로 쏙 빨려 들어갔다.
극적인 파 세이브였다. 팬들도 리디아 고의 멋진 벙커샷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리디아 고도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투어에서 벙커샷 실력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리디아 고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리디아 고는 타수를 잃지 않으며 5언더파 공동 3위로 첫 라운드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끝에서 두 번째 조로 출발했던 전인지는 1언더파로 18번 홀에 들어섰다. 이전 홀에서 2m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돌아 나오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였다. 전인지의 세컨드 샷이 짧아 그린 앞 벙커 턱에 걸렸다. 공이 오르막 턱에 놓여 라이가 좋지 않았다. 전인지는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겨우 빼냈다. 벙커에서 탈출해 그린에 공을 올린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핀까지 10m 이상 먼 곳에서 퍼트를 해야 했다. 전인지는 까다로운 라인을 잘 읽지 못했고 결국 3퍼트를 범하며 더블 보기를 적었다. 이로 인해 1오버파 공동 55위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 마지막 홀에서 최악의 스코어를 받아 충격이 더 컸다.
리디아 고와 전인지는 올 시즌 나란히 승수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대회에서 첫 승 수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레이스 투 CME 글로브 우승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 전인지는 6위, 리디아 고는 12위를 기록 중이다. 둘 다 이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야만 경쟁자들의 결과에 따라 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챙길 수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